[책&생각] 소로가 묻는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냐고

양선아 기자 2024. 9. 2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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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라는 책을 보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군' 하며 놀란 적이 있다.

'일터의 소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은둔자나 사색가로서의 소로, 자연예찬론자로서의 소로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소로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두 저자가 소로의 저서나 기록은 물론 당시 시대적 상황, 소로에 관한 다양한 저작물 등을 취합해 소로의 일에 관한 철학을 알기 쉽게 해설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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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자·사색가 소로 아닌
노동자로서의 소로 조명
물질문명 속 바쁜 현대인에
‘일의 본질’ 생각하도록 영감
헨리 데이비드 소로. 위키미디어 코먼스

일터의 소로
일하고, 돈 벌고, 삶을 꾸려 가는 이들을 위한 철학
존 캐그·조너선 반 벨 지음, 이다희 옮김 l 푸른숲 l 1만9800원

수년 전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라는 책을 보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군’ 하며 놀란 적이 있다. 저자 오하라 헨리는 죽기살기로 일하면서 통장 구멍을 메꾸다 이런 질문을 한다. ‘주 5일 동안 일을 꼭 해야 하나?’ ‘꼭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가?’ 등등. 자문자답하는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이 책 읽기, 산책, 요리와 같은 집안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중심으로 삶을 조직해간다.

그는 연 수입 900만 원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가 확고한 21세기, 도쿄에 사는 30대 청년이 이런 방식으로 체제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선택했다면,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됐던 19세기, 미국의 20대 청년이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 호숫가 근처로 가 오두막을 짓고 2년2개월 동안 홀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다.

소로는 직접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이 집에서 ‘콩코드와 메리맥강에서의 일주일’ ‘월든’ 초고 등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이 시기 소로는 일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는데, ‘우리는 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가? 거기서 무얼 얻고자 하는가? 그 결과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가 그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년 2개월동안 자급자족했던 월든 연못 근처에 있는 소로의 오두막과 그의 동상의 복제품. 위키미디어 코먼스

‘일터의 소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은둔자나 사색가로서의 소로, 자연예찬론자로서의 소로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소로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일하고 돈 벌고 삶을 꾸려 가는 이들을 위한 철학’이란 부제가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담고 있다.

매사추세츠 로웰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존 캐그 교수와 작가이자 연구자인 조너선 반 벨이 함께 썼다. 두 저자가 소로의 저서나 기록은 물론 당시 시대적 상황, 소로에 관한 다양한 저작물 등을 취합해 소로의 일에 관한 철학을 알기 쉽게 해설해준다. 또 소로의 철학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또 어떤 영감을 주는지 풀어서 설명해준다.

소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삶과 자기 인생을 진정으로 살아가는 삶은 다르다고 봤다. 소로의 글에서 수시로 반복되는 문장이 있었으니, “부지런한 게 다가 아닙니다. 개미도 부지런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있습니까?”이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를 얻기 위해, 또 더 높은 자리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소로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 삶의 정신없는 바쁨(busyness)을 인생살이라는 본질적인 일(business)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라고. 또 “대부분의 사치품과 생활의 편의라고 하는 것들은 없어도 될 뿐 아니라 인류의 향상을 적극적으로 방해한다”고. 그러면서 그는 자기 손으로 소박한 집을 지으며, 콩과 멜론을 키우며, 아이들을 데리고 콩코드 주변의 허클베리밭을 누비며 보내는 인생이 최고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자연과 깊은 연결감을 갖고 짧은 생을 “의식적으로” 살려고 했던 그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도 몸과 손을 움직였다.

고전 ‘월든’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소로 철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200년 전 사람이지만 ‘일의 본질’에 대해 철저하게 탐구하고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자 했던 그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에게 일은 무엇이고,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느냐고.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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