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 본회의 통과…'민생 외면' 부담 덜고 고삐 죄는 野
尹 지지율 역대 최저, 커지는 김 여사 행보 반감…특검 명분으로 작용할까
與 내에서도 '김 여사 비판'…'거부권 뒤 재의표결 부결' 도돌이표 벗어나나?
추석 지나며 '민생보다 정쟁 몰두' 지형도 변화?…국감 앞두고 정국 주도 '노림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해병대 채 상병 사건 관련 2가지 특검(특별검사)법, 이른바 '쌍특검법'을 단독으로 국회에서 처리했다.
22대 국회 임기 시작 이후 야당은 계속해서 특검법을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인한 폐기와 재발의가 반복돼 왔다.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에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었지만, 추석 명절 동안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반감이 커진데다 의료 대란 또한 지속된 점을 고려할 때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를 통해 정국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 기한 전략으로 보인다.
'쌍특검' 거부권 시 '속전속결' 재의표결…정부 향한 반감에 고삐 당겨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일정 방해)를 통해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해 이를 진행하지 않는 대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야당도 거부권 행사를 예상하고 재의표결 진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는 24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6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재의표결을 추진하고, 24일 이후에 행사하면 10월 7일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6일 본회의에서는 지난달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표결도 진행하기로 했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야당이 이처럼 고삐를 죄는 데는 추석 연휴가 지나면서 정치권 지형이 변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석을 앞두고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7월 4주에서 9월 2주 사이 모두 5차례 실시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이 기간 28→27→23→23→20%로 8%p 추락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도 35→32→30→31→28%로 7%p 내려가면서 공세의 여지를 넓혔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더해 김 여사의 추석 기간 공개 행보와, 언론을 통해 제기된 김 여사의 여당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을 통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쌓이고, 이것이 특검에 대한 추가적인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역대 대통령들도 가족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 특검을 받았던 만큼 (특검은) 피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갈수록 태산이라고, 딱히 해법은 나오지 않는데다 이번 총선 개입 의혹이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며 "정부가 여러 정책적 측면에서 무능력함을 보이면서도 독선을 일삼고 있기 때문에 정권 자체에 대한 심각한 민심 이반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 비판 주목하는 민주… '거부권→재의표결→재발의' 악순환 벗어나나?
여당이 강경 대응을 시사함에 따라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은 종전과 비슷하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재의표결 추진, 부결시 재발의 등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여당 내에서 김 여사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내부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파악하기로도 비판적인 평가가 많다"며 "대통령실에서 민의를 잘 수렴해서 영부인이 움직이는 데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의표결 가결은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즉 국민의힘 이탈표가 8표 필요한 상황에서 내부 분란 등이 작용할 경우, 이전의 '특검 발의→본회의 통과→거부권 행사→재의표결 부결' 라는 '도돌이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원내에서 이런저런 접촉을 하고 있는데, 기류가 예전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탈표가 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윤 대통령의 태도와 국민의힘의 입장은 변화할 텐데, 언제 변하느냐는 것이 포인트"라며 "여당 입장에서는 시간만 가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갈수록 질곡이 커질 텐데 국민의힘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연휴가 지나면서 '민생보다 정쟁에 몰두한다'는 비판 여론이 다소간 바뀌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추석까지 의료 대란이 계속되고, '여·야·의·정 협의체' 또한 의료계의 불참으로 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황인데다 이에 대한 별다른 '돌파구'마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3주가 채 남지 않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부의 실정과 김 여사에 대한 비판의 고삐를 죄면서 정국을 주도해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전날(18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체적 정권 실정의 토양에 의료 대란이 기름을 붓고, 윤 대통령의 응급실 발언이 불을 지르고, 김 여사의 (한강 마포대교) 시찰이 화약을 던진 정권교체 심리는 국민적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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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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