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국민연금의 참가치…효도연금과 내리사랑연금

최은영 2024. 9.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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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학 전 국민연금공단 연금상임이사

[김정학 전 국민연금공단 연금상임이사] 1988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해로 기록된다. 바로 이해에 서울올림픽이 개최됐고, 국민연금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됐다. 국민연금은 최초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다 1995년 농어촌지역, 1999년 도시지역 주민으로까지 확대돼 전 국민이 참여하는 연금제도로 정착했다. 올해 4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200만 명이 넘는다. 이는 가입대상 인구의 약 74%에 해당하는 수치로,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사회보장제도로 성장했다.

1995년 4월 1일 농어촌지역 주민이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된 것은 농어촌지역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와 노인에 대한 부양의식 약화 때문이다. 특히 농촌 노인 빈곤이 사회적인 이슈로 주목받으며 필요성이 대두했다. 당시 농어촌지역 국민연금 가입 확대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농어민들에게 연금제도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공단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효도연금 보내기’ 운동을 전개했다. 효도연금 보내기 운동은 도시에 거주하는 자녀가 시골에 사는 부모님을 국민연금에 가입시키고 보험료를 대신 내는 내용의 캠페인이었다. 실제 많은 자녀가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사회 정서에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나누고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효도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515만 명으로, 전체 991만 명 중 51.9%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농어촌지역 수급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데, 효도연금 보내기 운동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았나 싶다.

한편 2023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후준비 자금은 최소 5억 5000여만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은퇴연령인 62.7세 이후 기대수명까지 20년간 매달 최소생활비를 231만원으로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월 소득 300만원인 사람이 국민연금을 50세에 가입해서 월 보험료 27만원을 10년간 내면 노후에 월 약 30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20대에 가입해서 같은 보험료로 가입 기간 40년을 채우면 월 120여만원을 받는다. 그만큼 노후 준비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얘기다.

이제 과거 효도연금은 이른바 ‘내리사랑연금’으로 계승되고 있다. 내리사랑연금은 자녀 노후준비를 위해 일찌감치 자녀를 국민연금에 가입시켜 취업 전까지 부모가 연금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것이다. 요즘은 성년의 날 기념으로 국민연금 가입을 자녀에게 선물해 주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많이 받을 수 있기에 임의가입을 통해 일찍 가입자격을 얻는다면 이 또한 자녀에게 주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이처럼 18세 이상으로 소득이 없더라도 본인이 희망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임의가입자는 현재 32만 명이다. 이 중 20~30대 청년층 임의가입자는 4만2000명으로, 10년 전 2만2000명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청년층의 가입률 증가는 국민연금 전체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노후준비의 첫발을 일찍 내딛는 사람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의미가 있다.

국민연금 제도에는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연대’라는 아름다운 가치가 깃들어 있다. ‘내 부모를 위한’ 효도연금과 ‘내 자식을 위한’ 내리사랑연금은 더욱 끈끈하고 직접적인 ‘세대 간 연대’다. 65세가 임박한 부모님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아직 10년이 안 되었다면, 또는 예상연금액이 얼마 안 된다면 추납제도나 임의계속가입제도를 활용해 얼마든지 연금을 더 받게 만들어 드릴 수 있다. 매달 용돈을 드리는 것보다 연금을 더 받으시도록 가입 기간을 늘려 드리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효도방법일 수 있다. 자녀가 아직 취업 전이라면 국민연금 임의가입으로 미리 노후준비를 시작하게끔 해주는 것 또한 먼 미래를 내다보는 부모의 현명한 지혜다. 국민연금이 효도의 한 형태로, 내리사랑의 표현으로 다양하게 이어질 때 모든 국민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듯이 이제 연금도 내리사랑이다. 내리사랑연금은 자녀의 노후까지 생각하는 부모의 깊은 마음을 자녀에게 오래오래 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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