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 현실 제대로 반영 못하는 ‘반쪽짜리’ 통계

이시내 기자 2024. 9.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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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 10명 중 4명이 농업으로만 1년에 1000만원 이상을 번다고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입니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에서 6611㎡(2000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윤영순씨(64)는 "여성농민 10명 중 4명은 농업으로만 1000만원 이상을 번다는 뜻인데, 농사지어서 그렇게 버는 주변 여성농을 본 적이 없다"며 "저만해도 지난해 농사를 짓고 적자를 봐 생계를 위해 다른 농가의 작업을 돕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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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은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전국 106만명 중 0.18% 대상
경영체등록 여성농민만 한정
결과치 농촌 실상과 괴리감 커
배정 예산 쥐꼬리…개선 시급
전남 무안군의 여성농민인 윤영순씨가 양파를 상자에 담고 있다. 그는 “마늘농사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워 품삯을 받고 양파를 선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농민 10명 중 4명이 농업으로만 1년에 1000만원 이상을 번다고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 106만명 여성농민(지난해 농림어업조사결과) 중 불과 0.18%인 2000여명만을 대상으로 해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또 다른 유사 조사에 비해 배정된 예산이 저조해 여성농이 국가승인통계에서도 홀대받는다는 비판이 있다.

5년마다 시행하는 이 조사는 통계청 승인을 받은 공식 통계로, 정부의 농업정책 수립과 평가에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중요도가 무색할 정도로 조사의 표본수가 매우 적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지난해 기준 표본수는 2003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과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차(2003년)와 2차(2008년) 조사 때는 1500명, 3차(2013년)는 3500명, 4차(2018년)는 2000명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이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여성농민으로 한정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성농민의 농업경영체 등록률이 남성보다 현저히 낮고, 영세 고령농과 겸업농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오미화 전남도의회 의원실 주관으로 개최된 여성농민 관련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오 의원은 “현 실태조사로는 75세 이상 고령자나 2종 겸업농 여성들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조사 결과와 실제 농촌 현실 간 괴리도 두드러진다.

통계상 여성농민의 40.6%가 연평균 농업소득을 1000만원 이상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이와 다르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에서 6611㎡(2000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윤영순씨(64)는 “여성농민 10명 중 4명은 농업으로만 1000만원 이상을 번다는 뜻인데, 농사지어서 그렇게 버는 주변 여성농을 본 적이 없다”며 “저만해도 지난해 농사를 짓고 적자를 봐 생계를 위해 다른 농가의 작업을 돕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외소득 활동 비율에 있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실태조사에선 ‘지난 1년간 농외소득 활동을 했다’고 응답한 여성농민은 13.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농가(여성·남성농)의 43.6%가 겸업농가라고 밝힌 지난해 농림어업조사결과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영농규모 통계의 정확성도 마찬가지다. 이는 여성농민이 속한 농가 전체의 경지면적을 보여주고 있어 여성농민 개인의 실제 영농규모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점석 전남 순천시 여성농민회 사무국장(48)은 “농촌마을의 주축인 고령농은 배제하고, 일부에 불과한 농업경영체에 속한 여성농민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으니 전업농이 과대 대표돼 영농규모와 소득 등이 현실보다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수행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도 “표본규모의 한계 등을 인식하고 있지만 문제는 예산”이라며 “본 실태조사는 국가승인통계임에도 예산이 1억원으로 다른 승인통계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201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의 통계 신뢰성을 분석한 한국조사연구학회 보고서에서도 “조사에 배정된 예산이 8000만원으로 ‘농어업인 복지실태조사’(3억5000만원), ‘귀농귀촌실태조사’(5억원) 등 유사 조사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 실태조사가 여성농민 지원정책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사무국장은 “정책 수립의 핵심 근거 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실태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표본수 확대, 여성농의 정확한 겸업 비율 조사 등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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