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협업한 ‘공공형 마트’에 지역 공동체 다시 ‘활기’

이문수 기자 2024. 9.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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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사막,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나] (하) 공공형 마트로 생활권 향상
돗토리현, 와카사초 후생 위해
‘S마트’ 설립 부지구매 등 지원
주민 원할때 먹거리 장만 든든
고령층 선호 간편식품 내세워
방문객 지속 증가…상권 회복
일본 돗토리현 와카사초에 들어선 S마트. JA전농(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 계열 마트가 문을 닫은 곳에 지난해 11월 개장했다.

주변 식료품점이 사라져 주민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이른바 ‘식품사막’ 현상을 타개하고자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민관이 힘을 합쳐 문을 닫은 식료품점을 대신해 ‘공공형 마트’를 세우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바탕으로 민간 업체를 유치하거나 주민 주도로 점포를 위탁 경영하는 식이다. 민간의 점포 운영 경험을 접목할 수 있고, 예산 집행은 물론 점포를 개장하기까지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일본 내 ‘공공형 마트’는 점차 확산할 것으로 점쳐진다.

“어렸을 때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킬 것만 같던 마트가 갑자기 문을 닫아버렸어요. 지역에 유일하게 있었는데 과일 같은 신선식품은 고사하고, 라면이나 생수도 구하기 어려워져 순간 앞이 깜깜해지고 말았답니다.”

지난해초 일본 돗토리현 와카사초에 있는 JA전농(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 계열 마트가 별안간 폐점했다. 주민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인구감소→지역 식료품점 수익성 악화→폐점→추가 인구감소’ 악순환을 우려한 돗토리현은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놨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공형 마트’다.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해 마트 설립에 필요한 부지 구매와 건물 개보수에 드는 비용을 대고, 민간업체가 마트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형태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후원하겠다는 자세를 내비치자 ‘식품사막’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는 업체가 나타났다. 오랫동안 현에서 터를 잡고 14개 점포를 보유한 업체 ‘S마트’였다. 와카사초에 새 마트를 여는 것이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지역민의 후생을 높일 사회공헌사업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일본 돗토리현에 있는 S마트 와카사초점에서 오오이시 카즈야 점장이 내부를 안내하고 있다.

S마트는 기존 JA전농 계열 마트가 있었던 건물 1층을 개보수해 지난해 11월 ‘와카사초점’ 문을 열었다. 규모는 48㎡(15평)로 S마트가 보유한 지점 가운데 가장 작지만 지역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금은 하루 평균 5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상권의 회복세도 뚜렷하다.

오오이시 카즈야 S마트 와카사초점장은 “‘수익성 극대화’가 최우선 목표는 아니지만 방문객수가 계속 늘며 이번달에는 목표 대비 매출액을 초과 달성했다”면서 “고객에게 ‘우리 마을에 마트를 다시 세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여러차례 들어 나를 포함한 15명의 직원이 자부심을 느끼며 일한다”고 말했다.

S마트 개점 후 지역사회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주민인 츠다키 아이씨(34)는 “걸어서 3분 거리에 S마트가 다시 들어서면서 원할 때마다 먹거리·마실거리를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으니 든든하다”면서 “일주일에 3번 이상 다녀갈 정도로 충성 고객이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시미즈 마사에씨(72)는 “과일·채소·축산물이 신선한 데다, 우리 지역농특산물까지 살 수 있어 S마트에 더욱 애착이 간다”면서 “특히 가격이 저렴해 가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일본 돗토리현에 있는 S마트 와카사초점 내 간편식품 매대. 주로 고령자가 간편식품을 많이 구매한다.

S마트는 고령자가 많은 농촌지역임을 고려해 기존 JA전농 계열 마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간편식품 매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 점포 입구 가까운 곳에 돈가스·닭볶음·볶음밥·파스타·튀김빵 등을 다양하게 조합한 도시락을 판매하는 게 눈에 띄었다.

카즈야 점장은 “어르신은 젊은층에 비해 별도로 요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품을 선호하기에 이같은 매대를 갖추게 됐다”며 “고령자 고객이 많은 만큼 가격 표시판을 크게 하거나, 동선을 단순하게 하려는 노력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돗토리현은 식품사막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공형 마트 지원 등에 쓸 예산을 지난해 3000만엔(2억8100만원)에서 올해 5000만엔(4억7000만원)으로 늘렸다. 지역 내 산업기반이 취약한 데다, 젊은층은 오사카나 도쿄 같은 대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정착하려는 경향이 있어 인구감소에 따른 식품사막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현청에 ‘식품구매환경확보실’을 설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돗토리현의 오오이시 코우지 중산간지역 진흥국 과장은 “S마트 와카사초점은 지역식당과도 긴밀하게 관계를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식재료를 공급하며 주변 상권을 지지하는 역할도 한다”면서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식료품점은 단순히 상점의 개념을 넘어 공동체를 유지하는 구심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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