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속 수영장과 집… 공간의 무한 변신을 보다 [Weekend 문화]
엘름그린&드라그셋 협업 30주년 기념
집·주방·아틀리에 등 5가지 공간 구현
기후변화·자연에 대한 비판·질문 던져
서울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미술관이 아니었다. 거대한 건물 지하에 수영장부터 140㎡ 집, 레스토랑, 실험실을 닮은 산업용 주방까지 설치된 세련된 집이었다. 금방이라도 몸을 누워 휴식을 취하고 싶은 선망의 '풀 하우스( Full House)'였다.
집안에 들어가면 각 방 마다 테마가 있어 이 집의 주인이 누구인지 상상하게 만든다. 한 방에는 건축 설계 도면이 있어 어느 건축가가 주인장일 것 같지만 거실에는 의문의 한 소년만 있었다. 소년은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I'(나)라는 글자를 쓰고 있다. 시든 꽃다발이 놓인 현관의 거울에는 '다시는 보지 말자'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도대체 이 집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 집은 덴마크 출신의 마이클 엘름그린과 노르웨이 출신의 잉가 드라그셋으로 구성된 작가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지은 주거 공간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전시장을 공항이나 기차역, 병동 등으로 전환하는 공간 작업으로 유명한 엘름그린&드라그셋의 개인전 '공간들(Spaces)'전(展)을 내년 2월 23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두 사람의 30년 협업을 기념해 그들의 공간 작업을 한자리에서 조명한다.
무엇보다 실제 크기에 버금가는 대형 수영장, 집, 레스토랑이 전시장 내 들어서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와 형태의 설치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술관은 크게 수영장, 집, 레스토랑, 주방, 아틀리에 등 총 5곳이다. 첫 번째 전시실은 거실, 주방, 침실, 화장실 등을 갖춘 140㎡ 규모의 집이다.
두 번째 전시실에는 대형 수영장이 나타난다. 물이 빠진 수영장은 작가의 작업에서 반복되는 모티프로 오늘날 공공장소의 쇠퇴와 공동체의 상실을 암시한다. 수영장을 무대로 고대 작품을 연상시키는 백색의 조각들이 등장해 현대의 남성성과 고립 및 성장이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조각들은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각자가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해 있으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레스토랑 같은 설치 작품 '더 클라우드(The Cloud)'는 현실 착시 현상까지 보여준다. 홀에 앉아 영상 통화 중인 사람은 조각 작품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마주하게 된다.
다른 전시실에서는 실험실 같은 주방, 작품 제작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아틀리에 공간이 이어진다.
'산업용 주방'과 '실험실'이라는 동떨어져 보이는 두 장소의 대조는 화학 기반 요리법인 '분자 요리학'과 현대 식품 시스템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기후 변화, 인구 증가, 자연 자원의 감소 속에서 실험실 과학에 더욱 의존하고 있는 현세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작가들은 전시 끝에 이르러 일상 속 공간이 아닌, 흰 벽으로 둘러싸인 작업실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거울로 이루어진 캔버스는 인물 조각을 비롯해 방문자 모두와 주변 공간을 반사함으로써 조각, 회화, 작품, 공간, 관람객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밖에 두 개의 동일한 세면대와 거울, 이를 연결하는 길고 구불구불한 강철 배수관으로 구성된 조각 작품인 '헤어지다'는 감정적 연결이 해소되기 전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통찰력 있게 조명한다. 배수관은 파트너 간의 친밀함과 감정적인 결합을 나타내는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과 갈등을 표현한다.
엘름그린은 "우리에게 미술관은 공간 그 자체가 캔버스이자 재료이며 작업의 과정 그 자체"라면서 "조각 작업도, 벽을 활용한 작업도, 오브제 작업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작품이 공간을 변형하는 설치품 전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면적과 볼륨이 큰 공간이라 벽에 붙은 작은 엽서처럼 시야에서 사라지는 작업을 하고 싶진 않았고 공간을 잘 활용하고 싶어 5개의 몰입형 설치물을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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