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체험학습은 어디로?”… 스웨덴 자연 누비는 ‘버스 유치원’
〈10〉 스웨덴 말뫼시 ‘버스 유치원’
2018년 20인용 ‘버스 유치원’ 도입… 시립 유치원, 버스 4대 번갈아 이용
숲-해변 등 다양한 공간서 경험 쌓고… 창의력-문제 해결 능력-협동심 키워
“버스 수 늘려 교육의 질 높일 것”
말뫼시에서 운영 중인 버스 유치원은 보육시설을 옮긴 듯 작은 책상과 의자, 서랍과 수납공간, 화장실 등이 마련돼 있다. 주로 숲이나 해변, 박물관 등으로 이동하는 등 체험활동에 이용된다. 펠루글란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엘린 씨(43)는 “버스를 통해 도심 여러 공간을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하고 모든 아이가 공평하게 좋은 프로그램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다양한 공간에서 체험하는 현장학습
말뫼시가 버스 유치원을 처음 도입한 건 2018년이다. 말뫼시 195곳의 시립 유치원을 4대의 버스가 1년 내내 돌면서 모든 지역의 아이들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보육 교육을 받은 운전사와 3, 4명의 교사가 버스에 함께 탄다. 모하메드 야신 말뫼시 유아교육위원회 의장은 “말뫼는 인구 밀도가 높고 도시화 된 지역”이라며 “자연을 체험하고 환경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도 시가 운영하는 돌봄 시설에 대한 믿음이 크다. 5세 자녀를 둔 요한 씨는 “아이가 버스를 타기 며칠 전부터 기대를 많이 한다”며 “도시 속에서도 자연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 다문화 어린이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 제공
말뫼시는 이 프로젝트로 공동체의 복지 증진을 기대한다.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에게도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산업도시였던 말뫼시는 2010년 난민과 이민자가 증가해 현재 174개국 출신이 거주하는 다문화 도시로 변모했다. 말뫼시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만이 아닌 모든 지역의 아이들에게 다양한 공간들을 교육 장소로 활용해 양질의 교육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뫼시는 모든 시립 유치원이 언어와 다문화 교육을 최우선으로 진행하도록 지침을 두고 있다. 유치원 교사 카린 씨는 “우리 기관에만 시리아 등 20여 개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함께 다니고 있기 때문에 언어와 다문화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치원에서도 프랑스 에펠탑, 미국 자유의 여신상,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사진을 보며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버스 유치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말뫼시는 버스의 수를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말뫼시 관계자는 “돌봄과 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버스 수를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말뫼시는 아이들 안전 문제가 향후 프로젝트 확대의 관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운영 중이던 유치원 버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놀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다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말뫼시 관계자는 “버스 정비 상태와 운전사의 자격 조건 등을 계속 체크하고 있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유치원과 항상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다 알홀름 펠루글란 유치원 원장 인터뷰…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탐구하는 기회 제공”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스웨덴 말뫼시 펠루글란 유치원에서 만난 린다 알홀름 원장(사진)은 “스웨덴에서 야외 수업의 의미는 공간 활용을 통해 도시 공공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스웨덴의 자율성과 야외 활동을 중시하는 교육 철학에서 시작됐다. 스웨덴 유치원은 각각 커리큘럼을 짤 수 있는데 야외 활동을 하루 한 번 이상 꼭 넣는다고 한다. 알홀름 원장은 “버스 유치원의 기본 원칙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학습하고 놀이를 통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정서적 신체적 발달을 돕는 것”이라며 “숲과 공원, 정원 등의 공간에서 확대경 관찰과 채집 등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와 자연 현상을 탐구하고 학습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도시인 말뫼시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야외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간극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알홀름 원장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협업하면서 여러 감정을 공유하고 언어 장벽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의 다른 지역에서도 버스 유치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아이들의 자율성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이동식 버스 유치원 도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말뫼=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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