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화호 30년, 주변 개발로 다시 병들게 해선 안 된다

경기일보 2024. 9.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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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는 환경오염을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94년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만들어진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로 불릴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다.

하지만 시화호와 맞닿아 있는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인근 산업단지와 축산농가의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급속도로 오염됐다.

시화호의 오염수를 방류하고 외해의 해수를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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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적 보전 가치가 높은 시화호 일대 습지가 대규모 개발로 존립을 위협받고 있어 생태계 보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사진은 시화호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등 다양한 동물들. 경기일보DB

 

시화호는 환경오염을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94년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만들어진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로 불릴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다. 이후 어렵게 수질정화에 성공해 ‘생명의 호수’로 탈바꿈했다. 시화호 인근 갈대습지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그런 시화호가 다시 병들어 가고 있다. 올해 조성 30주년을 맞은 시화호가 위기에 처해 있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시화방조제 건설로 탄생한 시화호는 당초 화성, 안산, 시흥 일대에 공업·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담수호가 목표였다. 하지만 시화호와 맞닿아 있는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인근 산업단지와 축산농가의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급속도로 오염됐다. 정부는 담수호 사업을 포기했다. 시화호의 오염수를 방류하고 외해의 해수를 끌어들였다. 환경오염 정화에 약 1조원의 예산과 10여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오염된 수질이 정화되면서 시화호에 다양한 어족이 돌아왔다. 그러자 싹슬이 어업 등 불법이 활개를 쳤다. 형도, 우음도, 방아머리 일대에 설치된 불법 선착장들이 시화호 내에서 벌어지는 불법어업의 근거지가 됐다.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조성한 갈대습지는 관리가 안 돼 육지화되고 있다. 시화호를 살린 갈대습지가 다시 시화호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오염과 함께 멸종위기생물의 서식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철새지리정보에 따르면 올해 초 시화호를 찾은 철새는 총 1만4천303마리다. 원앙과 맹꽁이, 수달 등 멸종위기종도 29종 서식하고 있다. 이처럼 시화호는 생태계 보전과 멸종위기종 보호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인근의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위험에 처하게 됐다.

수자원공사는 시화호 화성 간척지 5천557만㎡ 부지에 ‘송산 그린시티’를 조성하는 개발 사업을 2007년 시작했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진행된다. 사업 대상지에는 갯벌과 습지로 이뤄진 대규모 갈대 군락지가 포함돼 있다.

시화호 상류에선 신안산선 철교와 송산그린시티~시화MTV 연결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도로는 우음도에서 비봉습지까지 이어지는 약 10㎞ 구간의 시화호 상류 지역의 생태 축을 단절시킨다. 수자원공사는 우음도와 형도에 대체 철새 서식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지만 어떻게 구체화될지 모른다.

어렵게 살려낸 시화호를 다시 병들게 해선 안 된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갯벌이 육지화되고, 습지가 망가져 멸종위기 생물종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시화호를 지키고 보전할 수 있는 근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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