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 4년 반 만에 금리인하 시대 열었다

김정훈 기자 2024. 9. 20. 00: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내 2차례 추가 인하 전망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반 만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big cut)’을 단행했다.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하게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의 금리 인하다. 글로벌 금융 시장과 세계 최대 경제인 미국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연준이 ‘빅컷’으로 금리 인하 시대의 문을 본격적으로 연 것이다. 미국의 ‘빅컷’으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쇄적인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연준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연 4.75~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2020년 코로나로 사실상 0%대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를 2022년 3월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지난해 7월 금리를 22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5.25~5.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8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 왔다.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그간 미 경제에 부담이 됐던 인플레이션이 목표(2%)에 근접해 가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기 침체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나타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식어 가고 있는 노동 시장이 얼어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담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연준은 이날 함께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연 4.4%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올해 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이다. 연준 위원 19명 중 9명은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보다 0.5%포인트 금리가 더 낮춰질 것으로 봤다. 연준은 올해 11월, 12월 두 차례 회의를 더 하기 때문에, 각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내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연 3.4%, 2026년 말에는 연 2.9%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내후년까지 금리 인하기가 지속된다는 뜻이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더 느리게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미국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것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연준은 이날 FOMC 후 내놓은 성명서에서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됐다(slowed)’고 평가했다. 지난 7월 FOMC 성명서에서 쓴 일자리 증가세가 ‘완화됐다(moderated)’는 표현보다 한층 강해진 것이다. 또 향후 “완전 고용 유지”를 강하게 지원하겠다는 전에 없던 문구를 새로 넣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을 지원할 시기는 노동시장이 강할 때, 즉 정리 해고가 나타나기 전”이라며 “그래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고용시장이 예기치 않게 둔화한다면 연준은 더 빠른 금리 인하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빅컷 단행으로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사이클도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6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한 유럽·영국·캐나다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추가 인하가 예상되는 한편,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도 인하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주요국 중 거의 유일하게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지 않은 한국은행의 선택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10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최근 안정된 물가와 부진한 내수 경기만 따지면 당장 기준금리를 낮춰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여전히 가계 대출이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한은은 금리 인하가 부동산과 가계 부채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19일 “미국 통화정책의 피벗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향후 국내 경기·물가·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했다. 한은 금통위가 예정된 내달 11일까지의 가계 대출 데이터가 한은 기준금리 결정의 마지막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빅컷(big cut)

중앙은행이 금리를 통상적으로 0.25%포인트 내리는 것과 달리 0.5%포인트 인하(big rate cut)하는 것을 뜻한다. 0.25%포인트 인하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때부터 통용된 ‘베이비스텝(baby step, 아기 걸음마)’이라고 부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