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기에 한국은… 3번 중 2번 증시도 집값도 상승
글로벌 금융정책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 쪽으로 항로를 틀었다. 이번 연준의 금리 인하는 일회성이 아니라, 적어도 1~2년간 이어지는 금리 인하기의 시작이다. 과거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6개월~1년 시차를 두고 미국 소비와 투자가 살아났다. 한국 같은 수출국의 경기와 글로벌 주식,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가 도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금리 인하기, 한국 집값은 상승
2000년 들어 미 연준은 큰 폭의 금리 인하를 3차례 단행했다. IT 거품(버블) 붕괴로 경기가 침체된 2000년 말부터 2003년 중반까지 미 연준은 금리를 과감하게 5.5%포인트나 내렸다. 그 뒤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때 금리를 끌어내렸다.
이처럼 미국은 경기 침체와 위기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금리 인하기엔 미국 내 실업률이 오르고 성장률이 꺾이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마무리되고 나면 이내 경제가 살아나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에 반해 한국은 미국의 금리 인하기에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3차례 미국 금리 인하기 중 IT 버블 붕괴와 코로나 사태 때는 한국 주가와 집값이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1990년대 후반 잉태된 IT 버블은 2000년 들어 본격적으로 꺼져 미국과 한국 경제를 동시에 덮쳤다. 버블이 꺼지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고점 대비 78% 추락했다. 미국 실업률은 2%포인트 올랐다. 연준은 30개월에 걸친 금리 인하로 불을 껐다. 당시 한국은행은 미 연준을 뒤따라 기준금리를 순차적으로 2%포인트 인하했다. 미국보다 2~3%포인트 높은 한국 금리 덕에 2001년 외국인 자금 75억3000만달러(약 10조원)가 국내로 순유입됐다. IT 버블이 꺼지며 코스피는 고점 대비 56% 폭락했지만, 미국 금리 인하가 시작된 뒤 2년 반 동안 30%가량 회복할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연준은 연 5.25%이던 금리를 1년 4개월에 걸쳐 제로 금리 수준으로 낮췄다. 한은도 2008년 10월 이후 3.25%포인트 금리를 내리며 보조를 맞췄다. 다만, 위기가 금융시장을 직격했기 때문에 금리 인하기 동안 코스피 등 주가가 회복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의 성장률, 집값 등의 지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가장 최근 금리 인하는 코로나 공포가 최고조였던 2020년 봄이다. 연준은 3월 금리를 한꺼번에 1%포인트 낮췄다. 한은도 5월 연 0.5%로 낮추며 뒤따랐다. 한국 경제는 2020년 -0.7% 역성장했지만, 이듬해엔 4.3% 성장세로 전환했다. 코로나 금리 인하기 때 전 세계에 풀린 막대한 돈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다시 올리기 전까지 자산 시장은 급등세를 지속했다. 한국도 주식, 부동산 값 급등세를 겪었다.
◇이번엔 침체 전 금리 인하기
2000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기는 IT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 위기 등 경기 침체나 위기 상황에 유동성(돈)을 공급해서 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0.5%포인트 대폭 내리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기를 시작했지만, 미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져 있거나 글로벌 수준의 위기가 벌어진 것은 아니다. 거꾸로 내수 부진에 빠진 한국의 경기 부양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엔 한국에서 주가, 집값 상승이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미국 시장으로 돈이 쏠리는 경향이 과거보다 강화됐다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전엔 단기적으로 한국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외국에서 자금이 유입되면서 환율 등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됐지만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국 기술주나 AI(인공지능)주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자금을 계속 빨아들이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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