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동료’였던 배민, 왜 ‘골칫거리’ 됐나
고물가와 내수(內需) 침체에도 국내 배달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19일 핀테크 기업 ‘핀다’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의 배달 매출은 7조871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했습니다. 특히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빵, 치킨·닭강정 등의 업종에서 배달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배달 앱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이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올리기로 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일었지만, 배달 앱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배달 시장의 성장을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은 복잡한 심정입니다. 배민으로 대표되는 배달 앱 의존도가 커질수록 수익률은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가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받으면, 배달 매출의 30~40%가 배달비와 중개 수수료, 결제 수수료 등으로 빠져나갑니다. 치킨 한 마리를 2만원에 팔면 6000원 정도를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에 내는 것입니다. 배민은 7월부터 주문자가 매장을 직접 방문해 음식을 찾아가는 포장 주문에도 중개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원재료 값, 월세나 전기료 같은 고정비까지 빼면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장님이 늘고 있습니다.
배달 앱이 처음부터 자영업자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2021년 4월 경기도 양주에서 분식집을 차렸다는 김모(36)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배민은 좋은 파트너였다”고 했습니다. 지금처럼 주문 1건당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었고, 한 달에 40만~50만원의 고정 비용만 내면 됐기 때문입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하는 사장님에게 배민은 좋은 ‘홍보 창구’이기도 했습니다.
김봉진 배민 창업주가 창업 초기 서울 시내를 돌며 버려진 식당 전단을 주워 모았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전단에 의존하던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홍보·판촉 수단을 만들고 싶었다”며 창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배민을 비롯한 배달 앱은 자영업자에게 안 쓸 수는 없고, 쓰자니 부담스러운 ‘상전’ 같은 존재가 돼 버렸습니다. 한 번쯤은 초심을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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