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러운 이 꽃밭… 모두 ‘가짜’입니다

허윤희 기자 2024. 9. 2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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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정소연 개인전, 내달 27일까지
정소연, '언캐니 가든'(2024). /성곡미술관

전시장에 꽃밭이 들어섰다. 각양각색 꽃들이 탐스럽게 핀 화단 위로 태양이 떠올랐다 지고, 다시 뜨고 진다. 모두 가짜다. 꽃은 생화가 아닌 조화요, 벽에 투사한 영상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하늘의 변화를 압축한 이미지다. 자연 대신 가상의 공간을 전시장에 구현한 작가는 “뉴저지 해안에서 하루 24시간 동안 하늘을 촬영한 영상을 3분 30초로 압축했다”며 “여기 있는 모든 게 실재가 아닌 허상이지만 마치 진짜처럼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작품 이름은 ‘언캐니 가든’. 이상한 정원이란 뜻이다.

정소연, '언캐니 가든'(2024). /정소연 작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중견 작가 정소연 개인전 ‘The Pink Moment’가 열리고 있다. 가상과 실재라는 키워드 아래 30년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대중 매체와 소셜미디어 등 가상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지금의 모습을 ‘핑크빛 순간’으로 표현했다. ‘욕망을 보는 눈’은 여성 30명의 눈을 확대해 찍은 뒤 이미지를 세로로 놓아 여성의 성기를 연상하게 한 사진 작품. 단지 각도만 바꿨을 뿐인데 직관과 통찰을 의미하는 눈이 욕망의 대상으로 변하는 지점을 구현했다.

정소연, '욕망을 보는 눈'. 1998/2024. /성곡미술관
정소연, '홀마크 프로젝트-축하 1'(2011). 캔버스에 유채. /성곡미술관

회화, 비디오 설치, 영상 등 25점이 나왔다. 남은혜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정소연의 30년 작업에서 드러나는 핑크빛 순간은 실재가 아닌 허상이지만, 마치 진짜인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라며 “실재와 가상을 오가는 이 생경한 풍경은 우리 시대 개인이 꿈꾸는 핑크빛 이상향이 정말로 본인이 원하는 것인지 혹은 사회가 만들어내는 그것을 바라는 것인지 질문하게 만든다”고 했다. 10월 27일까지. 관람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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