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러운 이 꽃밭… 모두 ‘가짜’입니다
전시장에 꽃밭이 들어섰다. 각양각색 꽃들이 탐스럽게 핀 화단 위로 태양이 떠올랐다 지고, 다시 뜨고 진다. 모두 가짜다. 꽃은 생화가 아닌 조화요, 벽에 투사한 영상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하늘의 변화를 압축한 이미지다. 자연 대신 가상의 공간을 전시장에 구현한 작가는 “뉴저지 해안에서 하루 24시간 동안 하늘을 촬영한 영상을 3분 30초로 압축했다”며 “여기 있는 모든 게 실재가 아닌 허상이지만 마치 진짜처럼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작품 이름은 ‘언캐니 가든’. 이상한 정원이란 뜻이다.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중견 작가 정소연 개인전 ‘The Pink Moment’가 열리고 있다. 가상과 실재라는 키워드 아래 30년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대중 매체와 소셜미디어 등 가상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지금의 모습을 ‘핑크빛 순간’으로 표현했다. ‘욕망을 보는 눈’은 여성 30명의 눈을 확대해 찍은 뒤 이미지를 세로로 놓아 여성의 성기를 연상하게 한 사진 작품. 단지 각도만 바꿨을 뿐인데 직관과 통찰을 의미하는 눈이 욕망의 대상으로 변하는 지점을 구현했다.
회화, 비디오 설치, 영상 등 25점이 나왔다. 남은혜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정소연의 30년 작업에서 드러나는 핑크빛 순간은 실재가 아닌 허상이지만, 마치 진짜인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라며 “실재와 가상을 오가는 이 생경한 풍경은 우리 시대 개인이 꿈꾸는 핑크빛 이상향이 정말로 본인이 원하는 것인지 혹은 사회가 만들어내는 그것을 바라는 것인지 질문하게 만든다”고 했다. 10월 27일까지. 관람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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