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이 낙점했던 세계적 메조소프라노… 이달부터 서울대서 한국 제자들 가르친다
19일 서울대 음대 교수실. 불가리아 출신의 세계 정상급 메조소프라노인 베셀리나 카사로바(59)의 한글 명패가 붙어 있었다. 그는 이달부터 서울대 음대 정교수로 임용되어 한국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카사로바는 이날 인터뷰에서 “그동안 유럽에서도 요청이 있었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하지만 한국 젊은 성악가들은 무척 뛰어난 목소리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서 난생처음으로 교수직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카사로바는 1989년 지휘자 카라얀 앞에서 직접 오디션을 통해서 바흐의 미사곡을 부를 가수로 낙점받았던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처음엔 내 노래를 담은 테이프를 카라얀 측에 보냈는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잘츠부르크로 달려갔다”고 기억했다. 또 “카라얀은 이미 나이 들고 많이 쇠약해졌지만, 젊은 가수들을 꿰뚫어보는 통찰력만큼은 변함 없었다”고 했다. 그 직후 카라얀이 세상을 떠나면서 협연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카사로바가 일약 세계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취리히와 빈 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하던 그는 모차르트 서거 200주기였던 1991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오페라에 출연하면서 오페라 스타로 부상했다. 그는 “이듬해에는 대선배인 메조소프라노 마릴린 혼이 급작스럽게 로시니 오페라 출연을 취소하는 바람에 단 2주 만에 무대에 대신 서야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두꺼운 악보를 밤마다 껴안고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그 뒤 세계 오페라극장에서 소화한 오페라 배역만 72개에 이른다.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서도 꾸준하게 음반을 발표했다.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는 역시 모차르트. 그는 “모차르트 오페라를 통해서 목소리를 내지르는 것이 아니라 절제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동안 교수직을 맡은 적은 없지만 7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 마스터클래스(공개 강좌)를 통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젊은 성악가들이 적절한 훈련을 통해서 긴장하지 않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전문 성악가가 되기 위해 학생들에게 언제나 강조하는 세 가지 덕목이 있다고 했다. 그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단지 목소리만이 아니다. 지성(知性)과 미적 감각, 그리고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스타 성악가들은 흔히 높은 콧대와 자존심으로 유명하지만, 그는 “성악가의 지성은 오만함과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2009년부터 유럽 오페라극장에서 호흡을 맞췄던 동료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서울대 음대 교수)의 권유도 한국행의 이유가 됐다 그는 “가르치는 일은 노래에 이어서 내 두 번째 천직”이라며 “내게도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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