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서 비맞으며 누른 건반… 온몸 젖었지만 특별한 추억됐어요
프랑스 피아니스트 캉토로프 내달 4일부터 한국 독주회 시작
지난 7월 프랑스 파리 올림픽 개막식. 비 내리는 파리 센강 위의 인도교에 젊은 피아니스트가 걸어왔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7)였다. 공교롭게도 빗속에서 그가 연주한 곡은 라벨의 ‘물의 유희’였다. 우중(雨中) 파리의 정취를 표현한 그의 연주는 파리 올림픽 개막식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다음 달 내한 공연을 앞둔 캉토로프는 최근 영상 인터뷰에서 “개막식 날 6~7시간 먼저 도착해서 기다린 뒤 15분 전에 홀로 다리로 걸어나가서 이미 온몸이 흠뻑 젖은 상태였다”고 했다. 하지만 “쨍쨍 내리쬐는 햇살이 아니라 빗속에서 ‘물의 유희’를 연주해서 오히려 특별하고 기쁜 순간으로 남았다”고 했다.
그가 파리 올림픽 개막식의 ‘문화 사절’로 선정된 이유가 있다.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 60여 년 역사상 첫 프랑스 우승자이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차르(러시아 황제)’라는 제목으로 자긍심을 표현했다. 그 밖에 ‘리스트의 환생’ 등 많은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캉토로프는 “여러 수식어에 대해 많은 감정이 들지만 연주자로서 가면을 쓰거나 벽을 세우거나 허울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진실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에서도 참가자들이 즐겨 연주하는 인기곡인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 대신에 덜 알려진 2번으로 우승한 예술적 뚝심을 지녔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를 꼽아달라고 하자, 라흐마니노프와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 상송 프랑수아와 알프레드 코르토 같은 옛 거장들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조성진·임윤찬 같은 한국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우상으로 꼽는 연주자들과도 닮은꼴이었다. 특히 소프로니츠키는 임윤찬이 “진정 위대한 예술은 갑옷을 일곱 겹 입은 뜨거운 용암과도 같다”는 말을 인용한 연주자이기도 하다.
21세기의 젊은 피아노 스타들이 왜 지난 세기의 거장들에게 끌리는 걸까. 캉토로프는 “모두 완전히 꺼지지 않는 불꽃을 내면에 간직한 연주자들”이라며 “감정을 숨기지 않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며, 스스로 작곡한 곡처럼 연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피아노 건반 앞에서는 시대도 국경도 없다는 것이 그의 짧은 답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캉토로프의 독주회는 10월 4일 대구 달서아트센터, 5일 통영국제음악당, 6일 경기아트센터, 8일 이천아트홀, 9일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 서울 4만~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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