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3] 만연과 창궐의 공포
과할 정도로 땅에 집착하는 중국은 점(點)에서 면(面)으로 번지는 무언가를 두려워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일찍이 “벌판 태우는 불길”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그만 불씨가 번져 들판을 모두 태운다는 뜻의 요원지화(爎原之火)라는 성어다.
현대 중국 집권 공산당이 매우 꺼리는 현상이 있다. 무력 충돌 없이 체질이나 토대가 서서히 변해간다는 ‘화평연변(和平演變)’이다. 서방의 자유주의 사상이 침투해 중국의 제도와 사회구조를 변형시켜 체제를 아예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공포다.
여기서 ‘연변’의 앞 글자 연(演)은 우리 쓰임새도 많은 글자다. 본래는 물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 나아가는 모습을 가리켰다. 그로써 조금씩, 또는 꾸준하게 한쪽으로 진행하는 무언가를 그렸다. 제법 많은 단어로 이어지는 글자다.
줄곧 말을 하는 연설(演說), 제 기량을 펼치는 연기(演技)나 연예(演藝), 실을 자아내듯 풀어내는 연역(演繹), 악기를 다뤄 소리를 내는 연주(演奏), 되풀이하면서 익히는 연습(演習),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연출(演出) 등이 있다.
‘화평연변’에 겁부터 내고 보는 공산당의 심리는 달리 말해 만연(蔓延)과 창궐(猖獗)에 대한 공포심이다. 넝쿨이 서서히 번져 어느덧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만연, 전염병 등이 마구잡이로 번져 온 세상을 휩쓰는 창궐 말이다.
일자리 잃은 젊은이들이 몸을 눕히고 일어나지 않는 ‘당평(躺平)’이라는 현상이 제법 오래 이어진다. 이러다가 청년들이 봉기해 체제에 저항하는 ‘당평연변’의 변고가 중국 공산당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에 앞선 공산당의 부패는 늘 번지고 확산해 고질병의 수준이다. 부도덕과 불성실의 대명사이자 짓다 만 건축물의 상징인 ‘난미(爛尾)’ 현상도 그렇다. 내부 문제가 도져 붕괴를 재촉하는 ‘연변’과 ‘만연’ ‘창궐’의 공포가 중국에는 늘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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