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25] 달에 소원을 빌어봐
추석 연휴가 끝났다. 연휴 기간 가족을 만나고 여행을 떠나는 등 온 나라가 들썩였다. 즐거운 명절 풍경이다. 하이라이트는 추석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것이라고 할까. 구름 사이의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지만, 그래도 달을 보며 소원을 빌 수 있어 감사하다.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나 달 뒷면에 우주선을 보낼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한 요즘이지만, 여전히 달은 기원(祈願)과 예술의 대상이다.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시를 읊는다. 여행하면서 나 또한 달에 소원을 빈다. 그것도 종종.
회사를 휴직하고 여행을 떠났을 때다. 피라미드를 직접 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이집트를 찾았다. 시나이 반도 바닷가에 있는 다합이 배낭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마지막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늦은 밤이었다. 다행히 트럭을 얻어 타고 다합으로 향했다. 시나이 반도의 황량한 바위산 사이로 난 길 위를 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좌석 한편에서 바라본 달과 사막의 풍경이 기묘했다. 황량한 바위산 위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며 삶과 여행에 대한 감상에 빠졌다. 앞으로도 무사히 여행을 계속할 수 있기를 달을 보며 기원했다.
바르비종파 화가로 알려진 장 프랑수아 밀레가 그린 ‘달밤의 목장’이라는 작품이 있다. 달밤에 목동이 양들을 우리에 집어넣고 있다. 지평선 바로 위에 떠 있는 달이 주위를 극적으로 비춘다. 초현실적 풍경이다. 단순한 농촌 풍경이 아닌, 진리를 찾는 순례자의 숭고함이 떠오른다. 흡사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에 등장할 법한 정경이다. 문득 이들이 떠올랐다.
다합은 들은 대로 배낭 여행자의 천국이었다. 휴식과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매력적인 동네였다. 바다와 그 주변 바위산들을 보고 있자니 단순히 이곳이 ‘놀고 쉬는 곳’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을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아마 이곳에 오면서 바라본 밤하늘의 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여행도 하고 있으니, 그때 본 달이 소원을 들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추석’이 무척 더웠다. 그래도 추석은 추석이다. 풍요롭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일상에 복귀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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