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세계 최고 수준 인정받은 한국 의료, 하지만…
▷암 분야에선 삼성서울병원이 3위, 서울아산병원이 5위, 서울대병원이 8위를 차지했다. 메이오 클리닉, MD앤더슨 암센터 등 세계적인 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암 치료를 잘하는 덕분에 우리나라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암을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한다. 사실상 완치라는 판정을 받는단 뜻이다. 우리나라 위암 생존율은 68.9%로 미국의 2배, 영국의 3배 정도다. 대장암 생존율도 7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병원의 경쟁력은 공보험 체제 아래서 민간 병원이 경쟁하는 독특한 의료 시스템에서 나온다. 암 환자의 경우 진료비의 5%만 낸다. 나머지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한다. 환자가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있으니 병원에는 그만큼 많은 임상 데이터가 축적된다. 서울 대형 병원들은 한 해 1만∼2만 건씩 암 수술을 한다. 환자 유치를 위한 민간 병원의 치열한 경쟁도 실력이 뛰어난 이유다. 로봇 수술 등 새로운 치료법에 적극적으로 도전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꾸준히 유입된 덕분도 있다.
▷이런 비약적인 발전이 약 70년 동안 이뤄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의료의 씨앗이 뿌려진 건 미국의 원조 프로그램인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1955년 서울대 의대 소속 의사 12명이 미네소타대 의대로 건너가 연수를 받았다. 이들이 돌아와 심장병 수술을 했고, 감염병 퇴치에 나섰다. 지금은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의술을 배우러 온다. 이번 뉴스위크 순위에서 서울대병원은 상위권에 올랐지만 미네소타대병원은 아예 순위 밖이었다.
▷하지만 의정 갈등의 장기화로 한국 의료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암 수술 건수가 급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7월 위암 대장암 간암 등 6대 암 수술 건수는 3만8000여 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가량 줄었다. 전문의는 진료와 수술에 지쳐 연구를 할 수 없는 처지다. 수련받는 전공의가 없으니 대단한 술기가 전수되지 않는다. 힘들게 쌓은 탑이 무너질 판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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