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코원전 계기 ‘웨스팅하우스 걸림돌’ 뿌리뽑는다
【서울·프라하(체코)=김윤호 김학재 기자】 체코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계기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이의제기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 굳건한 한미 원전동맹 파트너십 구축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19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체코 프라하를 찾아 24조원 규모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최종 수주를 굳히기 위한 협의에 돌입했다. 대통령실은 ‘원전동맹’이라고 표현할 만큼 두코바니 원전 건설을 위한 양국 원전 협력을 공고히 한다는 설명이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내년 3월 최종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우선협상대상자 전과 후 두 차례 특사를 파견한 데 이어 직접 프라하에서 정상회담에 나서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 공개된 외신 서면인터뷰에서 두코바니 원전 수주가 주요 목적이라고 직접적으로 밝히며 열을 올린 이유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은 굳건한 동맹국인 미국의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이의제기를 한 상황이라서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천기술 지식재산권 보유했다는 것을 내세워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을 시도할 때마다 클레임을 걸면서 우리의 원전 수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때에는 웨스팅하우스의 설비를 공급 받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고, 이번 두코바니 원전 또한 결국 웨스팅하우스에 ‘한 몫’을 챙겨주는 결말이 예상된다.
그러나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와 얼굴을 붉힐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 해결에 직접 나선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 정부가 나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원자력 협력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전이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기업 간 분쟁으로 방치하지 않고 한미 정부 주도로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체코 순방 관련 브리핑에서 “나아가 한미가 앞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원전 동맹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파트너십'을 거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본지에 웨스팅하우스와 동행하는 개념이라고 귀띔했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다투기보단 파트너로서 협력해 공동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한미 정부가 모멘텀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다만 웨스팅하우스에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내줄지는 양국 정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기업 간 협상에서 구체화된다. 그러므로 향후 원전 수출도 건건이 웨스팅하우스가 차지할 몫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 지재권이 실제로 얼마나 적용됐는지 등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한 원천기술이 있으니 일감을 내주는 협상을 하고는 있지만, 지재권이 실제로 얼마나 적용돼있는 것인지 전문가들의 판단을 빌려야 한다”며 “지금의 기술은 여러 번 섞이거나 분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바라카 원전의 경우 사업 총규모인 186억달러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설비 공급으로 가져간 몫은 20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원전 건설에 쓰일 기술은 당시와 다른 만큼 협상을 통해 바라카 원전 때보다 웨스팅하우스의 몫을 줄이는 시도를 할 전망이다.
특히 체코 원전의 경우 테믈린 3, 4호기 등 추가 수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수주까지 고려하면 총 40조원 규모에 달해 웨스팅하우스도 상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만큼 원만하게 협의될 전망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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