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정의를 재정의하다
2024. 9. 1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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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추석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코로나 시기 한국 영화계가 빈사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천만 관객을 충분히 기대할 수도 있었던 '모가디슈'를 용감하게 개봉해 극장가에 숨통을 터 준 류승완 감독·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였기에 그들의 이후 행보에 더 큰 응원을 보내는 마음이었다.
이때 관객은 정의에 열광하는 관찰자이자 판관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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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추석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코로나 시기 한국 영화계가 빈사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천만 관객을 충분히 기대할 수도 있었던 ‘모가디슈’를 용감하게 개봉해 극장가에 숨통을 터 준 류승완 감독·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였기에 그들의 이후 행보에 더 큰 응원을 보내는 마음이었다. 옴니버스 장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1999)로 데뷔한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제작자로 성장한 ‘외유내강’ 커플은 어느덧 감독과 제작자로서의 개인적 성공을 넘어 한국영화계의 발전과 성장을 선두에서 고민할 책임을 짊어진 존재가 되었다. 필자에게는 2015년 ’베테랑’의 엄청난 성공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에서도 이들의 고민의 무게가 적지 않게 느껴진다.
2015년의 ‘베테랑’은 선과 악이 명백한 이분법적 영화였다. 관객은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부패하고 안하무인인 재벌 3세를 응징하는 상황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이 영화에 사이다 장르라는 애칭을 선물해 주었다. 이때 관객은 정의에 열광하는 관찰자이자 판관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가 주는 통쾌함은 사실상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장르적인 것이었다. 영화는 악당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까발렸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에서는 권선징악이라는 이념적 해결, 장르적 해결을 택했다. 시원했지만 그것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종의 상상의 해결, 대리만족이었다.
‘베테랑2’는 이 점에 대해 고민하면서 정의와 신념, 폭력과 범죄에 대해 다른 방향에서 질문을 던진다. 고참 형사 서도철이 후배 박선우에게 ‘너 왜 이러는 거야?’라고 물을 때 선우는 ‘질문이 잘못됐다’고 대답한다. 서도철의 질문을 좀 더 분명히 하면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인 네가 왜 이러는 거야?’일 것이고 이에 대해 ‘질문이 잘못됐다’는 선우의 응답은 경찰로 상징되는 정의와 신념을 재정의하자는 요구, 즉 문제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요청일 것이다. 영화에는 온갖 쇼츠 영상과 사이버 래커, 돈벌이하는 유튜버, 가짜뉴스, 이에 열광하는 구경꾼 등 우리 시대의 풍경들로 흘러넘친다. 본편에서는 재벌 3세에게 악의 역할을 전담시켰다면 속편에서는 경찰, 연쇄살인범, 피의자, 구경꾼을 한꺼번에 통 속에 집어넣고 돌려댄다. 소용돌이치는 통 안에서는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선과 악을 소유하지 못하고 뒤섞인다. 관객도 예외는 아니다. 본편에서 관찰자이자 판관의 위치에서 악당을 조롱하고 정의를 응원했던 관객은 속편에서는 가짜뉴스를 소비하며 흥분에 휩쓸리는 구경꾼의 일부가 된다. 이 아노미 상황에서 관객 역시 책임을 져야 할 일부가 되는 것이다. 영화는 목표를 정조준하고 날카롭게 총알을 발사하기보다는 왁자지껄한 소용돌이 속에서 각각의 캐릭터와 상황 속에 두루두루 질문을 새기는 방법을 택한다. 정신없이, 즐겁게 영화를 보고 나면 정의란 무엇이며 신념이란 무엇인가? 정의를 위한 폭력은 정당한가… 등등의 질문이 따라온다. 그래서? 물론 그에 대해 고민하고 답하는 것은 당연히 관객의 몫이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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