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약탈 저항’ 군사경찰과 대치…브라질 원주민 청년, 총격에 사망
40여년째 투쟁…법적 분쟁도
브라질 남부에서 농장주의 토지 약탈에 저항하던 원주민이 군사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브라질 매체 G1은 18일(현지시간) 23세 과라니족이 남부 마투그로수두술주 난데루마랑가투에서 군사경찰과 대치하다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원주민 단체 ‘과라니-카이오와 연합’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우리는 군사경찰에 의해 젊은 민병대를 잃었다”며 사망한 청년의 이름은 ‘네리 라모스 다시우바(사진)’라고 밝혔다.
마투그로수두술주 법무·공안국은 원주민이 먼저 공격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총격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헌병 관계자는 “20명의 원주민이 사유지에 들어가 점거하려던 것을 막으면서 이번 충돌이 발생했다”고 G1에 말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 산하 국립원주민재단은 “원주민 땅에서 과라니족이 겪은 폭력적인 공격에 대해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과라니족은 지난달 농장주의 사주를 받은 무장세력이 원주민을 공격해 11명이 다치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브라질 비영리단체 테라스 인디게나스에 따르면 난데루마랑가투 면적은 9000㏊(약 90㎢)로, 약 1350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다.
브라질 곳곳에 살던 원주민은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해 40여년째 저항하고 있다. 앞서 농장주들은 1980년대 독재 정권과 야합해 원주민의 땅 소유권을 빼앗았다. 이에 반발한 원주민을 폭력적으로 몰아내고, 남은 원주민을 저임금 노동으로 착취하기도 했다.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하원은 헌법이 만들어진 1988년을 기준으로 행정 등록된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안을 지난해 5월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980년대에 토지 소유권을 쥔 농장주에게 유리하다. 반면 대법원은 위헌이라며 원주민의 손을 들어줬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도 의회는 지난해 말 법안을 재의결해 거부권을 무력화했다.
원주민이 살던 땅을 둘러싼 토지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농장주가 아마존 밀림까지 농장을 확장하면서 원주민과의 토지 분쟁이 늘었으며, 농장주로부터 강력한 로비를 받은 정치인들이 원주민의 토지 소유를 제한하려 한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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