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심사에만 1.5년···이러다 해외에 뺏길라

임지훈 기자 2024. 9. 1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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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서 밀리는 특허 경쟁]
20년 11개월 소요···올 들어선 18개월 걸려
심사관 1000명 돌파에도 대기 기간 더 늘어
실용신안·상표·디자인 심사 기간도 늘어나
제도변경, 코로나 따른 심사적체가 주 요인
뒤늦은 인력 충원도 심사 기간 늘렸단 지적
심사청구 줄어드는데 무작정 충원도 어려워
김원이 "보다 효율적인 심사방안 강구해야"
[서울경제]

의료기기 제조업체 A사는 2022년 특허청에 특허 심사를 청구했다가 2년 가까이 소요되는 심사 기간 탓에 해외 수출과 투자 유치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A사 관계자는 “해외 전시회에서 바이어나 투자자와 상담을 하려면 제품 관련 특허권은 필수”라며 “특허 심사가 2년이나 걸려버리면 정말이지 답이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특허청의 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 기업과의 특허권 경쟁에서 뒤쳐지고 소상공인은 언제 간판을 떼야 할지도 모르는 채 장사를 해야 하는 불안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허청이 뒤늦게 최근 수 년 간 인력을 확충했지만 적체된 심사 건과 현재도 계속 접수되는 심사 건을 모두 제 때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특허 심사 처리 기간은 17.6개월로 2020년 11.1개월 대비 6.5개월 늘어났다. 기존의 발명을 개선하거나 보완했을 때 인정해주는 실용신안 심사 처리 기간도 같은 기간 11.7개월에서 18.8개월로 7.1개월 길어졌다.

이 기간 심사 청구 건수는 줄고 심사 인력은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뜻 납득이 어려운 추세라는 평가다. 2021년 23만 3055건까지 치솟았던 특허 심사 청구 건수는 올 6월 현재 8만 9768건으로 줄었고 2020년 4382건이었던 실용신안 심사 청구 건수는 올 6월 현재 1048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특허청에 따르면 전문임기제, 시간선택제(0.5명으로 계산) 공무원을 포함한 특허·실용신안 심사관은 2020년 932명에서 2024년 9월 현재 1055명으로 증가했다.

청구 건수가 줄었는데도 처리 기간은 되레 늘어난 것은 상표와 디자인 심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8만 5821건까지 늘어났던 상표 출원 건수는 올 6월 현재 12만 6275건까지 줄었다. 그런데도 심사 처리 기간은 같은 기간 8.9개월에서 13.8개월로 오히려 길어졌다. 더욱이 상표 심사관의 경우 이 기간 149명에서 175명으로 증가했다.

특허청은 심사 기간이 길어진 요인으로 ‘심사 적체’를 꼽았다. 특허청 관계자는 “원래 심사 청구는 출원 후 5년 내에 하도록 돼 있었는데 조속한 권리 확정 위해 2017년부터 ‘출원 후 3년 내 청구’로 제도가 바뀌었다”며 “제도 변경으로 2020년과 2021년 청구 건이 폭증했고 그해 처리하지 못한 건이 이듬해로 이월되면서 처리 기간이 우상향 그래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표와 디자인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온라인 비즈니스 활성화로 폭증한 심사 신청 건이 지금까지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허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디자인 심사관 4명이 파견 형식으로 상표 심사를 하고 있지만 상표 심사 적체를 해소하고 심사 처리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뒤늦은 인력 충원도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인력을 충원해도 신규 심사관의 교육 기간을 감안하면 온전한 충원 효과는 6개월에서 1년 뒤에 나타난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문제는 심사 처리 기간을 단축시킬 이렇다 할 방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는 심사 처리 기간을 1년 이상 단축시킬 수 있는 우선심사제 신청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특허청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심사 인력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우선심사 신청이 늘어나면 ‘일반심사’ 신청건의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더 비싼 돈을 내고 심사를 받으라는 얘기 밖에 안된다는 게 특허청의 지적이다. 1차 심사 통지까지 9.4개월, 권리화까지 13.8개월이 소요되는 일본과 특허권을 얻는데 약 2년이 걸리는 미국과 유럽 등도 모두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심사 청구건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인력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원이 의원은 "특허·실용신안 및 상표·디자인 심사 지체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창업·제품 출시 등을 준비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특허청은 보다 효율적인 심사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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