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 유령회사 세워 직접 폭발 삐삐 제조”

김서영 기자 2024. 9. 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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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부터 준비 추정
해킹·암호화 능통 ‘8200부대’
제조 공정 폭발물 삽입 시험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작전’을 위해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폭발물이 주입된 호출기를 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이 작전을 2022년 이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이며, 비밀 정보부대인 8200부대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호출기 폭발 사건에 관한 설명을 들은 전현직 정보 당국자 12명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호출기 제조사로 위장하기 위해 헝가리 기반의 ‘BAC 컨설팅’이란 유령회사를 설립했으며, 이스라엘이 직접 호출기를 제조했다고 보도했다. 폭발한 호출기에는 대만 골드아폴로사 상표가 붙어 있었으나, 골드아폴로는 3년 전 계약을 맺고 BAC 컨설팅에 상표권 사용 허가를 내줬으며, 문제의 호출기도 이 업체가 만들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된 BAC 컨설팅 건물은 사무실보다는 가정집에 가까운 주택이다. 관계자들은 “BAC 컨설팅은 이스라엘이 위장을 위해 설립한 유령회사이며, 호출기를 만든 건 이스라엘 정보당국”이라고 NYT에 전했다. 또한 이들은 호출기를 제조한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의 신원을 숨기기 위해 유령회사 최소 2개가 추가로 설립됐다고 전했다.

BAC 컨설팅은 일반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호출기를 만들어 팔았다. 하지만 중요 ‘고객’은 헤즈볼라였고, 이들에게 판매할 호출기엔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라는 폭발물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PETN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폭발물 중 가장 강력한 축에 속한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폭발물이 숨겨진 호출기를 들여보낸 건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계자들은 그해 여름 이미 문제의 호출기가 헤즈볼라에 소량 공급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수년 전부터 이번 공격을 준비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전쟁이 벌어지며 때가 찾아왔다. 이스라엘의 해킹을 우려한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대원과 그 가족들에게 휴대폰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간부급에게는 항시 호출기를 지니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 헤즈볼라는 올여름 호출기 수천개를 추가 수입했는데, 이 중 상당수에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작전을 계획한 주체로 이스라엘군 산하 비밀 정보부대인 8200부대가 지목됐다. 로이터통신은 서방 안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8200부대가 1년 이상 이 작전 계획 단계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전언에 따르면 8200부대는 제조 공정상 폭발물 삽입 방법을 시험하는 일을 했다. 8200부대는 미 국가안보국(NSA)과 유사한 정보 기능을 수행하며, 과거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저지하고 이란의 핵개발을 무력화하는 작전에도 나선 적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부대원들은 이스라엘군에서 가장 뛰어난 인원들로 평가받으며 소프트웨어 해킹, 암호화 등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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