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하려면 골프채 사와” 부하에 돈 뜯은 해군 대령
해군 대령이 후배 장교들에게 진급 등을 빌미로 금품을 뜯어냈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19일 감사원에 따르면 2020년 대령 계급으로 해군 군수품 보급을 총괄하는 보급창장으로 있던 이모씨는 당시 소령 A씨에게 “그래 가지고 진급하겠냐? 네가 진급하기 싫구나?”라고 말한 뒤 모바일 메신저로 골프채 링크를 보내고 “혹시 이것을 기부하실 의사는?”이라고 해 골프채를 받았다. 이씨는 이듬해 해군본부 군수참모부 차장 겸 보급병과장으로 임명된 뒤에도 A씨를 만나 “진급 관련 병과장 의견서를 곧 쓸 것이다” “(해군참모)총장님과 아주 친하다” 등의 말을 하고는 정장용 구두를 사오라고 요구해 받아냈다.
이씨는 보급창에서 해군본부로 옮길 때 ‘전출 기념’ 선물로 중령 B·C씨와 소령 D씨에게 골프채를 요구해 받아내고, 해군본부에선 집무실에 둘 수족관과 새우 구매 명목으로 후배 중령·소령 18명에게 2만원씩 갹출하게도 했다. 소령 E씨로부터는 아들 임관 축하 명목으로 상품권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이 이씨가 후배 장교들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확인한 금액만 239만원이었다.
이씨는 후배 장교 6명에게 자신의 배우자와 주말·공휴일에 골프를 함께 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골프 요구를 거절하려 하면 “죽고 싶지 XX야” “정신 교육을 시켜야겠다” 같은 말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해 초 전역했으나 그해 5월 3급 군무원으로 다시 임용돼 보급창장에 임명됐다. 감사원은 해군에 이씨를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씨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하지는 못했는데, 이는 이씨가 실제로 이들의 진급을 돕지는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이씨를 직위 해제했으며 징계와 군검찰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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