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코끼리·다중 인격 항아리…역사 속 ‘꿀잼 이야기’[책과 삶]
하이, 스토리 한국사
이기환 지음
김영사 | 364쪽 | 2만2000원
한국에서 최초로 자연 번식해 태어난 판다 푸바오는 지난 4월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관련 책, 영화가 나왔고, 푸바오를 보러 중국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동물 외교가 현대에 들어 일어난 일은 아니다. ‘문화유산 전문기자’인 저자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를 비롯해 온갖 고전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과거의 동물 외교를 찾아낸다. 태종실록에는 일본 무로마치 막부의 쇼군 아시카가 요시모치가 외교 선물로 보내온 코끼리 이야기가 나온다. 코끼리는 너무 많은 곡식을 먹는 데다가 돌보는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벌어져 애물단지가 됐다. 이후로도 조선 조정에는 백성의 삶에 도움 안 되는 선물을 받아선 안 된다는 의견과 받지 않으면 외교 분쟁을 부른다는 의견이 맞섰다.
저자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믿는다. 신석기 시대 배, 침몰선의 고려청자, 1500년 전 가야인의 무덤, 조선의 과거 시험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면서도 현대의 독자가 더욱 호기심을 갖도록 세태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경북 경산 소월리에서 발굴된 ‘사람 얼굴 모양 토기 항아리’를 두고는 ‘다중 인격’이라고 묘사한다. 항아리를 돌아가며 여러 표정의 얼굴이 표현돼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표정을 새겨 넣은 이유를 두고 세리가 주민에게 흡족한 표정, 보통 표정, 화내는 표정을 표현했다는 설, 날씨에 따라 평온, 심각, 분노를 표현한 ‘아동 토착신’이라는 설 등 흥미진진한 학설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쓴 글은 아니다. 저자는 글마다 800건 정도의 기사 검색은 다반사였고, 어떤 글을 위해서는 7000건 이상의 사료와 문헌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고 한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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