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소송’만큼…각박한 한국 소수자의 삶[금요일의 문장]

박송이 기자 2024. 9. 19. 20: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실 삶은 기나긴 소송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성별, 인종, 계급 등의 사회문화적 규정들 속에 던져진다. 사회는 그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며 늘 우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려고 대기 중이다. …그러니 누구나 사는 동안 사회적 ‘정상상태’에 있을 것을 명하는 법 앞에서 계속 무죄를 입증하거나 유죄를 인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마음산책)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소설 <소송>은 주인공 요제프 K가 이유 없이 체포당하며 시작한다. 주인공의 죄목조차 알 수 없다. 진은영 시인은 카프카의 소설을 설명하며 “사실 삶은 기나긴 소송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는 ‘정상’이라는 규정을 들이대며 구성원들에게 끝없이 이를 입증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시인의 시선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소수자들에게 향한다. 이들의 삶은 비난받아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었던 K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에서는 ‘소수성’이 드러나는 순간 사회생활을 하는 데 엄청난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시인은 묻는다. “100년 전 체코의 한 소수민족 작가가 제시한 실존의 당연한 권리조차 한국사회에서는 이렇게 보장받기가 어려운 것일까?”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