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동업 장씨·최씨 일가 ‘진흙탕 싸움’
영풍 측 “무분별한 투자로 기업 가치 훼손, 방만 경영 바로잡기”
고려아연 “재무구조 튼튼” 반박…“MBK 공개매수 반드시 저지”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여론전으로 확산하며 격화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까지 가세한 이번 갈등이 향후 국내 첨단산업 소재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계 안팎이 주목하는 모습이다.
영풍과 함께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MBK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이 비정상적 기업 의사결정 구조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1949년 고 장병희·최기호 회장이 공동 창립한 영풍 계열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장씨 일가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독단적으로 제3자 유상증자 등을 단행해 지분 변동을 초래하면서 공동경영 체제에 균열을 내 공개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MBK·영풍 측 주장이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영풍이 MBK에 최대주주 지위를 부여하는 이유에 대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고려아연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방만한 경영으로 고려아연이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MBK에 따르면 최 회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2019년 16.2%이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지난해 10.1%로, 영업이익 마진은 같은 기간 12%에서 6.8%로 줄었다. 부채가 크게 늘고 순현금은 고갈되는 등 재무건전성도 악화했는데, 최 회장이 추진한 38개 사업 중 30개에서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이사회 승인 없이 단행한 무분별한 투자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6%, 차입금의존도는 10%로 매우 튼튼한 재무구조를 보여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에 대해선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이 2021년부터 투자한 기업의 당기순손익을 합산하는 과정에서 L사와 H사 등 우량기업의 2022년 당기순손익을 제외했다”며 “이를 포함하면 당사가 투자한 기업의 총 당기순이익은 ‘조 단위’”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고려아연 노조도 성명서에서 “기업사냥꾼 MBK에 회사를 빼앗길 엄청난 위협 앞에 직면해 있다”며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영풍 오너 일가 간의 지분·승계 문제뿐 아니라 고려아연의 높은 성장 가능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이다. 전자,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국내 첨단산업의 기초 소재 핵심 공급망 역할을 하고 있다. LG화학·한화·현대차그룹 등 국내 배터리·완성차 업체와 협업관계를 구축해 신사업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2026년부터 양극재의 핵심 광물 니켈이 함유된 고순도 황산니켈을 제련한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이진주·김경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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