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없었다"는데 '응급실 뺑뺑이' 여전
정부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가 예년보다 줄어 '응급실 대란은 없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연휴 동안 일부 환자들에 대한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여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연휴 내내 응급 현장을 지킨 의료진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추석 이후가 진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추석을 앞두고 많은 국민들께서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하셨지만 매우 다행스럽게도 9700여 개의 당직 병의원 등에서 환자 곁을 지켜주신 의사,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등 의료진과 119 구급대원, 응급상황실 근무자들 덕분에 소위 '응급실 대란' 등 우려했던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어려울 때 환자분들과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린다"며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 인력 감소 등으로 응급실 여건이 여의치 않음에도 2, 3명 몫을 감당하며 헌신해주신 의사, 간호사분들께 깊은 존경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연휴 동안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 특히 경증환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나보다 더 아픈 이웃에게 응급실을 양보해주신 우리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추석 연휴는 끝났지만 응급의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며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응급의료와 비상진료체계를 차질 없이 가동하는 데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기간 개별 사례로 봤을 때 의료 이용이 불편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가벼운 증상인 경우에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주신 덕분"이라며 "비상진료체계로 체력이 많이 소진되신 상황에서도 응급환자 대응에 최선을 다해주신 의료진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정 정책실장은 "앞으로도 비상진료체계에 크고 작은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중증환자 중심으로 응급의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8일 복지부가 낸 응급의료 관련 통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하루 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에 비해 약 31%, 올해 설(3만6996명)에 비해 약 26% 감소했다. 특히 응급실을 방문한 경증 환자는 하루 평균 1만6157명으로 지난해 추석(2만6003명)보다 38% 줄었다.
김동욱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사무처장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석 기간 응급의료 상황에 대해 "정부에서 대책을 많이 마련해 그런대로 잘 넘어간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만 그는 "그 이후가 더 심각해지지 않나 예상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에 의료진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지금 체력이 거의 바닥이 났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추석 이후에도 응급실은 포화 상태가 될 것 같고 그에 대해 조금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앞서 전공의 파업 이후 처음 맞는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의료계에서는 '최대 하루 1만 명 정도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이형민 대한응급의사학회 회장)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의료 붕괴'에 이르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이어졌다.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서는 25주 차 임산부가 '양수가 새고 있다'며 119에 연락했지만, 병원 75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하다 6시간 만에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다.
뒤이어 지난 15일 광주 광역시에서는 손가락 절단 환자가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90킬로미터(km) 떨어진 전북 전주로 이송됐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서는 손가락 접합 수술은 5개 전문병원 등 일부 병원만 진료할 수 있는 분야로 평소에도 이송이 잦다고 해명했다.
그 다음 날인 16일에는 대전에서 60대 남성이 복부에 30cm가량의 자상을 입어 119구급대에 실려갔으나 병원 16곳에서 거절당한 끝에 사고 발생 후 3시간이 지나서야 충남 천안시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같은 날 대동맥 파열 환자가 인근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헬기로 이송되기도 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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