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밥, 살찌는 주범인가?

박경수 부산농협동인회장 2024. 9. 19. 19: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쌀은 한민족의 삶이며 생명을 이어가는데 가장 핵심인 곡물이다.

고봉으로 꾹꾹 눌러 담은 쌀밥은 부의 상징이자, 넉넉한 인심으로 대표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여전히 공공연하게 등장하지만, 먹거리가 넘쳐 많이 먹는 것이 병이 되어버린 지금 흰 쌀밥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한 장수를 위해 좋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경수 부산농협동인회장·부산경상대 스마트팜도시농업과 명예교수

쌀은 한민족의 삶이며 생명을 이어가는데 가장 핵심인 곡물이다. 고봉으로 꾹꾹 눌러 담은 쌀밥은 부의 상징이자, 넉넉한 인심으로 대표되던 시절이 있었다. 보릿고개를 겪던 시절에는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 소원이었고 북한은 아직도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쌀이 턱없이 모자랐던 1960년대에는 ‘무미일’을 지정해 쌀로 만든 음식을 팔지 못하게 한 적도 있다. 쌀을 원료로 한 과자와 엿류의 생산, 그리고 서민의 술인 막걸리 제조까지 쌀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모두 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반세기 만에 모든 전세는 뒤집혔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여전히 공공연하게 등장하지만, 먹거리가 넘쳐 많이 먹는 것이 병이 되어버린 지금 흰 쌀밥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한 장수를 위해 좋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루에 종이컵 한 컵 분량의 쌀 소비 현실은 1인 가구의 증가 등 가구 구조의 변화도 크지만 최근 쌀밥이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대사성 질환의 주범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오해가 확산되는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쌀은 열량이 낮고 소화 흡수가 느려 급격한 혈당 상승을 방지함으로써 비만과 당뇨 등 각종 성인병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영양학계의 공식 입장이다. 오히려 밥은 반찬과 함께 섭취하는 공간 전개형 식단이기 때문에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고 장내 콜레스테롤이 인체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현미밥을 먹을 경우 더욱 많은 영양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백미밥과 비교해 비타민 B1과 비타민 E는 4배 이상, 비타민 B2는 2배, 지방과 철·인은 2배 이상, 식이섬유는 3배가 더 많이 들어있다. 쌀겨 층은 식이섬유를 많이 가지고 있어 현미를 섭취하게 되면 변비 예방과 유해 물질 배출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탄수화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면서 무조건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을 고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한 ‘저탄수화물 식사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을 경우 사망 위험은 장기적으로 32% 증가하며, 관상동맥질환은 51%, 뇌혈관질환은 50%, 암은 35% 각각 증가한다고 한다.

밥을 배불리 먹는 것이 사는 소망이자 목표인 시절이 있었다면, 탄수화물의 공급원을 쌀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찾는 현대인들은 어떻게 하면 밥 양을 줄이고 적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산다.

하지만 한국인의 주식은 쌀이 분명하다. 쌀은 한국인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의 30~40%를 쌀에서 섭취한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쌀밥을 포기하거나 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쌀밥이 살찌는 주범’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털어 버리고 ‘건강한 몸엔 밥이 필수’라는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전 국민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수확 철을 맞아 쌀 재고 과다와 쌀값 폭락으로 힘들어하는 농업인들이 시름에서 벗어나고, 잘못된 식문화를 바로잡는 범국민적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