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뇌력 키우기 2원칙 ‘수면과 휴식’

박지욱 신경과전문의·메디컬티스트 2024. 9. 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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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욱 신경과전문의·메디컬티스트

‘잠이 보약’이라고 하지만 잘 자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현대인의 3분의 2는 만성 수면 부족 상태이고, 나이가 들면 수면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진다.

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과학자들은 자야 하는 이유를 속 시원히 답하지 못한다. 다만 하찮은 벌레부터 인간까지 수면은 생존에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짐작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명의 3분의 1을 수면에 할당할 턱이 있겠는가?

실험실의 쥐를 억지로 못 자게 하면 한 달 만에 죽어버린다. 사람은 얼마나 버틸까? 모른다. 그런 실험을 사람에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제로 잠을 못 자게 하는 고문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잠을 빼앗는 것은 육체적 고통만큼이나 끔찍한 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일이 바빠서, 혹은 시험 준비로 못 자본 사람은 알겠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정황을 통해 과학자들은 잠을 못 자게 하면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죽음에 이를 것으로 생각한다.

뇌는 자는 동안 전원이 꺼진 상태일까? 그렇지 않다. 자는 동안에 뇌는 다른 방식으로 활동한다. 꿈을 꾸는 동안은 깨어 있는 만큼 각성 수준이 높아진다. 자는 동안 기억의 수장고가 정리되어 사소한 기억은 삭제된다. 버려지는 건 기억만이 아니다. 뇌의 노폐물도 글림프라는 시스템을 통해 내다 버린다.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못하면 뇌의 퇴행 속도가 빨라진다. 자는 동안 뇌는 다음 날에 쓸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그래서 푹 자고 나면 창의력과 집중력도 좋아져 공부나 업무 처리 능력이 높아진다.

어떤 이유로든 장기적인 수면 부족 상태가 되면 ‘슬기로운 노년 생활’에 불리하다. 인지기능 저하, 치매, 우울증, 심혈관질환, 암 등등의 위험도가 올라간다. 수면은 특히 뇌에 중요하다. 어쩌면 수면은 뇌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한 생명현상인지도 모른다. 만약 아침에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제 시간에 눈이 반짝 뜨이는 사람이라면 잠을 충분히 잔 것이다. 꼭 8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도 8시간을 못 잔다. 수면 시간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숙면만 취하면 된다.

수면은 개인 차가 심해서 평균치가 큰 의미가 없다. 뇌에 있는 개개인의 생체 시계를 따르면 된다. 생체 시계는 인간이 정한 24시간 체계와 약간 어긋나긴 해도 꽤 정확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간의 활동이 생체 시계의 바이오 리듬을 깨는 수가 많아졌다. 이를 테면 먼 나라로 해외 여행을 가면 생체 시계가 엉망이 된다. 하지만 뇌는 며칠 만에 현지 시각으로 재설정해낸다. 그래서 시차는 며칠 만에 극복된다. 방학, 개학, 주야간 교대 근무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일정한 패턴이 주어지면 생체 시계 조정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은 생체 시계의 적이다. 종일 그것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내뿜는 블루 라이트(잠을 깨우는 효과가 있다)를 쐬고, 재미를 찾아 스마트폰과 밤드리 노닐다 보면 생체 시계는 엉망이 된다. 생체 시계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수면과 각성 주기의 유지인데 자나깨나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흥분하고 있으니 생체 시계가 휴식의 타이밍을 못 잡는다. 그래서 수면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스마트폰부터 멀리해야 한다.

이제 꿀 잠 자는 팁 몇 가지를 알아보자.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일정한 시각에 자고 깨야 한다. 아무리 늦게 자도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일어난다. 잘 시각이 되면 활동 강도를 줄이고 실내 조명을 어둡게 한다. 잠이라는 공항에 착륙하려는 비행기처럼 엔진 출력을 낮추고 속도와 고도를 서서히 줄인다. 반면에 아침에 깨면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활발히 움직인다.

수면 문제가 생기면 낮잠이나 카페인도 피한다. 새삼스럽게 숙면의 훼방꾼이 될 수 있다. 커피는 오후 2시 이전에 마시고, 낮잠이 불가피하면 15분 정도만 잔다. 불면과 음주는 상극이다. 술 마시면 잠이 잘 오는 것 같아도 습관성이 생기는데다 잠이 어수선해진다. 심야에 TV 광고를 도배하는 야식 역시 수면에 해롭다. 심야에는 안 먹고 안 마시기로 한다. 특히 늦게 마신 물은 한밤 중 화장실 가기로 돌아온다. 먹고 마시기 데드라인은 3시간이다.

수면 환경도 중요하다. 어린 아이를 재울 때 어떻게 했던가? 적정 온도에, 조용하고, 어둡게 한다. 수면 루틴이 있으면 좋다. 잘 준비 다 마친 후 어두운 조명, 조용한 음악, 너무 환하지 않은 조명 아래 재미없는(!) 책 읽기나 눈감고 명상하다 잠이 오면 가서 누워야 한다.


눈 감고 누웠는데 15분이 지나도 잠이 안 오면 눈을 뜨고 수면 루틴을 다시 반복한다. 이 때 조심할 것은 스마트폰을 켜지 않는 것이다. 화면에서 눈으로 쏟아지는 밝은 빛과 흥미로운 내용은 각성 수준을 높인다. 잠이 오려면 차분하고 지루한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자기 전에 심각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 좋다. 기분이 급변하면 잠을 쫓고 나쁜 꿈도 꾸게 한다. 조명도 중요하다 하늘빛을 닮은 블루 라이트(주광색 조명이나 IT기기 화면에서 많이 나온다)는 뇌를 깨운다. 반면에 따뜻한 느낌이 나는 빨강 계열의 조명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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