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한·중·일은 대항해를 어떻게 활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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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를 일단 '지구를 온전히 한 바퀴 도는 여행'으로 정의하자.
근대화에서 뒤처졌던 동아시아 한·중·일 세 나라가 19세기 들어 처음 접하게 된 세계일주 또는 대항해를 각각 어떻게 대하고 활용했는지 살피면, 꽤 많은 걸 지금 배울 수 있다.
왜냐하면 19세기에 세계일주를 체험한 한·중·일 3국 사절단 사례를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서로 견줘가며 모두 함께 소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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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를 일단 ‘지구를 온전히 한 바퀴 도는 여행’으로 정의하자. 처음으로 세계일주를 한 한국인은 누구일까? 중국인은? 일본인은?
마젤란 함대가 배를 몰고 지구 한 바퀴를 최초로 제대로 도는 항해에 성공한 때는 16세기였다. 세계일주라는 개념 자체가 이런 식으로 서구에서 태동했고, 서구가 주도한 근대를 상징한다. 근대화에서 뒤처졌던 동아시아 한·중·일 세 나라가 19세기 들어 처음 접하게 된 세계일주 또는 대항해를 각각 어떻게 대하고 활용했는지 살피면, 꽤 많은 걸 지금 배울 수 있다. 조선(대한제국)은 그때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는지 반성할 수 있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으며, 동아시아 이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역사학자 조세현 부경대 사학과 교수가 저서 ‘대양을 건넌 근대 동아시아 사절단’을 내놓았다. 부제는 ‘출사일기를 통해 본 해양 문명’이다.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가 펴내는 해양인문학 연구소 11번째 책이다.
저자 조세현 교수는 동아시아를 깊이 연구한다. 그는 북경사범대학 역사과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아시아 아나키스트의 국제교류와 연대’ ‘부산화교의 역사’ ‘천하의 바다에서 국가의 바다로’ ‘해양대만과 대륙중국’ ‘근대 중국인의 해국 탐색’ 등의 책을 썼다.
‘대양을 건넌 근대 동아시아 사절단’은 귀한 느낌이 확실히 있다. 왜냐하면 19세기에 세계일주를 체험한 한·중·일 3국 사절단 사례를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서로 견줘가며 모두 함께 소개하기 때문이다. 책 1부는 청나라가 미국·유럽에 파견한 벌링게임(Burlingame) 사절단(약 2년 8개월 소요), 일본 메이지 신정부가 미국·유럽에 파견한 이와쿠라(岩倉) 사절단(약 1년 10개월 소요) 항해와 활동을 설명하고 비교한다. 제2부는 근대 조선(대한제국 포함)의 해외 사절단 여행기를 담았다. ‘수신사와 조사시찰단이 방문한 해국(海國) 일본’ ‘개항 시기 미국 파견 조선 사절단이 경험한 태평양 항로’ ‘민영환 사절단의 세계 일주와 대양 항해’ ‘대한제국 시기 유럽 출사대신이 경험한 제국 항로’ 등이다.
이 책은 들여다볼수록 더 재미있다. 조선의 민영환 박정양 등은 꽤 괜찮은 사절이고 여행가였다. 이들은 미국으로 파견된 보빙사 또는 러시아·영국 군주 취임식 축하 사절단 명목으로 항해에 나선다. 19세기에 이미 미국·유럽·아시아의 나라와 도시( 아덴만 근처 아덴도 자주 나온다)를 다니고, 시베리아를 육로로 횡단한다.
책을 읽다 보면, ‘서구화’ ‘근대화’를 향해 빨리 뛰쳐나간 일본 사절단의 태도와 생각은 훨씬 실질적이고 적극성이 높다. 쌓은 경험도 많다. 이 책에서 청나라의 위대한 여행가·탐험가 장덕이 등을 알게 된 기쁨도 있지만, 근대의 물길 한가운데 선 한·중·일 모습을 읽는 흥미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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