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엔 요산의 숨결…전국팔도 설레는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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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잇장 위의 활자로 시를 읽는 것과 시인이 그리워하던 흙과 바다와 고향의 뒷산을 직접 가 보는 것은 그 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문학이란 무릇 사람이 낳는 것, 작품을 논리화하는 일도 중요하나 그 작품을 낳은 사람을 들여다보는 눈 또한 중요하다. 수많은 작품을 읽었지만 글쓴이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가를 반문해 본다.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이 쌓이면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김정한이 태어나 스무 해가 넘도록 살았다는 '생가'는 '부산 금정구 남산동 663-2번지'에 보존되어 있다. 20여 년 전에 왔을 때는 안내 표지판 하나 없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 만날 수 있는 쓰러져 가는 한옥이었지만, 이제는 깔끔하게 복원되었다. 부산시와 요산기념사업회는 남산동 661-2번지에 생가를 복원하고(2003), 이후 생가 옆에 기념문학관(2006)을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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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의 봉평, 이육사의 안동…
- 한국 위대한 작가 근거지 23곳
- 작품정보·비평 담은 문학지리지
- 국문학자 20년간 답사로 완성
“종잇장 위의 활자로 시를 읽는 것과 시인이 그리워하던 흙과 바다와 고향의 뒷산을 직접 가 보는 것은 그 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문학이란 무릇 사람이 낳는 것, 작품을 논리화하는 일도 중요하나 그 작품을 낳은 사람을 들여다보는 눈 또한 중요하다. 수많은 작품을 읽었지만 글쓴이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가를 반문해 본다.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이 쌓이면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국문학자 강진호의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문학’ 서문 한 대목이다. 필자가 동보서적에서 일할 때, 딱 이런 마음으로 국제신문·동보서적 공동 주최 부산문화연구회 주관 문학기행을 10년 동안 100번 다녔다. 그때 추억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보니, 저자의 발걸음이 닿은 문학 현장이 낯익어 더욱 반갑다. 이 책은 강진호 성신여대 국문학과 교수가 20년 답사로 완성한 한국문학 지리지이며, 교과서에서 배웠던 문학을 삶의 현장에서 다시 배우는 시간을 선사하는 책이다.
부산의 요산 김정한을 비롯해 봉평의 이효석, 안동의 이육사, 군산의 채만식, 통영과 원주의 박경리, 부여의 신동엽, 옥천의 정지용, 괴산의 홍명희, 통영의 유치환 등 한국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의 ‘근거지’ 23곳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가와 작품 세계를 담아냈다. 한국문학 성지들만을 엄선한 문학 여행기이자 생생한 현장 언어로 쓰인 비평집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부산이라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저자는 “문학자인 내게는 무엇보다 요산 김정한 문학의 현장이 있는 도시로 먼저 떠오른다”며 “‘낙동강의 파수꾼’이자 ‘부산의 지킴이’로 꼽히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 부산으로 길을 나섰다고 책에 쓰고 있다. 그는 2023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부산을 다녀갔다. 요산 생가와 요산김정한문학관을 방문하는 감상은 이렇다. “김정한이 태어나 스무 해가 넘도록 살았다는 ‘생가’는 ‘부산 금정구 남산동 663-2번지’에 보존되어 있다. 20여 년 전에 왔을 때는 안내 표지판 하나 없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 만날 수 있는 쓰러져 가는 한옥이었지만, 이제는 깔끔하게 복원되었다. 부산시와 요산기념사업회는 남산동 661-2번지에 생가를 복원하고(2003), 이후 생가 옆에 기념문학관(2006)을 건립했다.”
안내표지판 하나 없이 좁은 골목에서 쓰러져 가던 요산의 생가를 아는 부산 시민도 드물 것 같다. 저자는 20여 년 만에 다시 방문해서 복원 생가와 기념문학관을 본 후, 금정산 범어사 낙동강 등 요산 문학 현장을 따라간다. “삼랑진 철교와 뒷기미 나루터는 낙동강을 따라 부산의 외곽을 돌며 문학의 현장을 훑어볼 수 있는 훌륭한 문학 여행 코스”라는 설명에 당장 길을 나서고 싶어진다.
요산 김정한 페이지부터 찾아 읽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독자마다 먼저 펼치는 페이지가 다를 것이고, 또한 그 이유가 분명하겠구나! 자기가 사는 고장이 낳고 키워내고 품은 작가를 먼저 찾거나, 좋아하는 작가를 찾거나, 여행 가고 싶은 곳이 마침 좋아하는 작가의 고향이거나. 무엇이 되었든 이 책은 설레는 마음으로 문학기행을 나서고 싶게 한다. 그 길에서 기다리는 모든 만남이 문학기행을 완성해 줄 것이다. 저자도 그랬다.
“책의 구석구석에는 여러 분들의 도움이 깃들어 있다. 여행지에 동행해 준 지인들, 작가의 문학적 일화를 소개해 준 현지 어르신들, 민통선 안쪽을 구석구석 안내해 준 문인, 그리고 길거리 곳곳에서 사투리로 말을 건네준 분들이 떠오른다. 그분들 덕분에 여행은 외롭지 않고 즐거웠다. 이 책도 독자 여러분의 여행길에 좋은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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