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성장하고 엑싯한 창업가들의 비결은?...끈임없는 아이디어와 도전

유진아 2024. 9. 1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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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민 드랍더비트 대표가 서울 강남구 SW마에스트로 연수센터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유진아 기자
지난 1월 글로벌 1위 필기 앱 서비스 기업 굿노트가 드랍더비트를 인수한 후 양사 관계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민 트란 굿노트 민 트란 부사장, 로웨나 정 굿노트 본부장, 스티븐 챈 굿노트 대표, 심규민 드랍더비트 대표. 굿노트 제공
장혁 전 폴라리언트 대표. 장혁 대표 제공

<AI 파도에 올라탄 SW 창업자들>

글로벌 빅테크들은 하나같이 무명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 특히 한번 창업을 성공시킨 이들이 연쇄창업을 통해 여러 산업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킨 사례도 많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이면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통해 번 돈으로 지금의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이런 창업자들은 성공적인 엑시트를 통해 얻은 막대한 자금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거나 엔젤 투자자로 변신했다. 이들은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사 주축을 이루는 스타트업 경영자와 엔젤 투자자로 자리 잡았다.

엑시트는 스타트업이 어떤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BM)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를 거쳐 하나의 기업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마지막 단계다. 엑시트 방법은 크게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두 가지다. 스타트업 창업가(entrepreneur)는 초창기 엔젤투자자, 이후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다가 최종적으로는 M&A나 IPO를 통해 엑시트를 한다. 창업가가 회사를 팔릴 만하게 만들수록 그 회사는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커진다. 훌륭한 엑시트를 준비하는 것은 회사를 더 훌륭하게 만드는 과정 중 하나다. 이런 엑시트를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 창업가들이 있다.

◇드랍더비트에서 굿노트로…'교육 혁신' 이어나간다

2020년 설립된 드랍더비트는 콘텐츠 요약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2022년에 화상회의 내용을 회의록 노트로 요약해 주는 '트로우 화이트보드'를, 2023년에는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요약해 주는 '트로우 AI'를 선보였다.

드랍더비트를 창업한 심규민 대표는 2013년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엔트리교육연구소를 세운 연쇄 창업가다. 심 대표는 "엔트리교육연구소를 창업할 당시 외국에서는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국에 맞는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엔트리교육연구소는 네이버에 인수됐고, 당시 개발한 교육 서비스는 국내 모든 초등학교 교과서에 코딩 교육 콘텐츠로 탑재됐다.

심 대표는 2015년 네이버에 합류를 했지만 3년 후 또 한번의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네이버를 나온 직후 어떤 사업을 할지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그러다 2020년 4월, 코로나19로 한국의 모든 학교들이 원격수업을 한다는 기사를 봤다. 기존에 원격수업 경험이 없는 학교 선생님들이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아 도움을 줄 수 있는 원격칠판 같은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SW마에스트로의 도움을 받아 2020년에 탄생한 것이 드랍더비트의 트로우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과기정통부와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가 운영하는 최고급 SW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SW마에스트로' 3기 출신 개발자다.

굿노트의 드랍더비트 인수는 한국 시장에선 물론, 2011년 굿노트 창업 이래 처음으로 단행한 기업 인수다. 굿노트는 드랍더비트 인수 후 트로우의 생성형 AI 기술을 굿노트 서비스 안에서 더욱 강력한 형태로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심 대표는 "굿노트에서 4년 정도 있어야 하는데,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굿노트를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지만 어떻게 하면 업무에서도 사용 가능할까 고민해서 새로운 기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시트를 두번이나 경험한 심 대표는 이런 경험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내 서비스라는 느낌과 큰 회사에 소속돼 있다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며 "초반에는 큰 회사에 소속된 상황이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어) 아쉽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타트업 때는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손쉽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각자의 매력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아후 창업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태블릿을 이용한 서비스들을 좋아하고 많이 만들고 싶다"며 "굿노트에 재직하면서 당분간은 새로운 기획과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엑시트를 꿈꾸는 미래 창업자들에게는 "기업이 엑시트 하는 방법은 결국 대기업이 회사를 사는 것"이라며 "보통 대기업이 회사를 사는 이유는 개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인데, 그런 회사를 창업하려면 결국 필요한 것은 시장을 예측하고 미래를 보는 능력"이라고 조언했다.

◇대표에서 다시 SW 엔지니어로…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2015년 창업한 기술 스타트업 폴라리언트는 빛의 고유한 양자역학적 특성인 '편광'을 이용해 실내 물체의 위치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 상용화한 기업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지하주차장 등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실내에서 차량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서는 끊김 없이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추적해야 한다. 하지만 GPS를 활용한 차량이 지하주차장이나 공항으로 진입할 경우 위치 추적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폴라리언트는 많은 기업이 실외 자율주행 실현에 집중할 때 실내 정밀 위치측정 기술을 연구해 자율주행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혁 전 폴라리언트 대표는 "고등학교 때 해당 주제로 친구와 연구를 한 적이 있다"며 "사막개미는 지형 변화가 심한 사막에서도 쉽게 집을 찾아가는데, 사막개미의 '겹눈'이 일종의 편광 필름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창업 당시 수중에 있는 돈은 1000만원뿐이었다. 젊은 패기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창업에 도전한 것다. 장 전 대표는 "보통 엔지니어는 자신이 생각한 기술을 세상에 소개하는 방식이 논문이나 창업인데, 둘 중 어떤 게 세상에 빨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일까 생각하다가 창업을 결심했다"며 "2014년에 창업진흥원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이때, 실리콘밸리를 경험해 보는 기회가 생겼다. 실리콘밸리에서 현지 액셀러레이터인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 프로그램에 참여해 미국의 많은 공대생들이 창업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패기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매순간이 고비였다"며 "사람들은 모든 스타트업이 기술만 좋으면 몇억원 대 투자를 바로 유치할 수 있는 줄 알지만 사실상 1억~2억원 투자를 받는 것도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폴라리언트는 2019년 쏘카에 인수됐다. 장 전 대표는 엑시트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라고도 했다. 엑시트를 경험한 뒤 쏘카에 합류해 더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M&A 이후 아쉬움도 있었지만 쏘카에서 회사다운 회사가 어떤 곳인지 배웠다"며 "폴라리언트에서는 어떤 식으로 경영해야 하는지, 투자 유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면 쏘카에서는 협업하는 방법과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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