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에 손 내민 영풍 “고려아연 최 회장이 공동경영정신 깼다”
"지분 2.2% 최 회장, 대리인이 오너라고 생각"
고려아연 “MBK 측이 일부 자료 왜곡”
“연말까지 순흑자 예상”
쉬운 말로 현금을 물 쓰듯 한 것입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국내 1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회장의 경영 실패로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막대한 투자금 손실에 몰렸다고 19일 주장했다.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최 회장 측이 공동경영정신을 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 등 두 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려아연이 비정상적 기업 의사결정구조(거버넌스)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2019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 부채는 410억 원으로 사실상 부채가 거의 없는 회사였는데 최 회장이 사장에 취임(2019년)한 이후 35배가량 부채가 늘었다"며 "올해 6월 말 현재 부채가 1조4,11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같은 시점(2019년) 사내 순현금은 2조5,000억 원이었고 이후 유상증자·자사주 처분 등으로 1조3,000억 원을 조달했지만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며 "올해 말에는 자사주 매입과 투자금 지출 예상 금액을 합하면 마이너스 440억 원 순부채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MBK파트너스는 이처럼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이유로 투자 실패를 지목했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 주도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들이 지속되고 있다"며 "2019년 이후 38개 투자 건 중 30개의 기업들이 누적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MBK파트너스는 대표적인 예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와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 투자를 꼽았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대표가 기소됐는데 주가조작에 활용된 펀드가 원아시아의 '하바나1호펀드'이고 여기에 고려아연이 99% 출자했다고 회사 측은 짚었다.
김 부회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모 대표가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며 "펀드에 5,6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승인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그니오 투자도 또 하나의 잘못된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이 기업의 매출이 29억 원이었는데 이에 200배가 넘는 5,820억 원에 기업을 인수했다"고 지적했다.
"공개매수는 통상적인 바이아웃 투자"
김 부회장은 공개매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박했다. 김 부회장은 "1대주주(영풍)와 합의하에 고려아연의 1대주주 지위로 들어갔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하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후 매각) 일환"이라며 "최대주주 지위에서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공개매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부회장은 "최 회장이 들어온 이후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두 번이나 겪으며 영풍 측에서는 최 회장이 공동경영을 파기하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장형진 영풍 고문은 75년을 이어 온 공동경영정신을 이 세대에서 끝내는 게 맞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 측은 장 고문이 결단을 내려 MBK파트너스에 먼저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주겠다고 의사를 전달해 공개매수에 나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1315060001087)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1821100001829)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1815370004405)
김 부회장은 공개매수 성공을 낙관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최 회장·장 고문 측 지분을 뺀 나머지 기타주주(48.8%)의 97.7%를 기관투자자로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들은 고려아연에 장기투자해와서 평균 취득단가가 45만 원 아래"라며 "현재 공개매수 가격(66만 원)은 기관 입장에선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최씨 일가는 한화·현대차·LG화학 등 대기업 지분(18.4%)을 자신들의 우호 세력(백기사)으로 분류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최 회장이 아닌 고려아연 우호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측 반박...노조 상경 투쟁
고려아연은 이날 반박 자료를 통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유동성을 평가절하하기 위해 일부 자료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또 "6월 말 연결기준 고려아연의 현금은 2조1,277억 원이고 총차입금은 1조3,288억 원"이라며 "총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7,989억 원이며 올해 12월 말에도 순현금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 측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투자한 기업은 총 조 단위 당기순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윤범 회장도 이날 계열사와 협력사 임직원에게 서한을 보내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노조 조합원 70여 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약탈적 공개매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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