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사모펀드 타깃된 세계 1위 비철제련 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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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소액주주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울산에서 50년 가까이 온산제련소를 운영해왔다.
그러면서 120만 울산 시민이 MBK에 맞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벌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사업장이 있는 지자체와 투자자, 해외 관계자들까지 분쟁에 가세한 것은 고려아연의 근원적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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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지배구조 개선 명분도 약해
소액주주 단체도 여기에 동조했다.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는 홈페이지에 "고려아연은 한국 상장사 2400개 중 지배구조와 주주 환원율이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며 현 경영진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고려아연이 수소·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호주에서도 우려가 쏟아지고 있어 국제 문제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사업장이 있는 지자체와 투자자, 해외 관계자들까지 분쟁에 가세한 것은 고려아연의 근원적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우리 기간산업의 핵심 공급망 역할을 해왔다. 전자전기,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에 기초원자재를 공급한다. 아연·납·구리 등 기초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인듐·비스무트·안티모니 등 희소금속까지 아우르는 종합제련기업으로서 입지가 확고하다.
최근엔 신재생에너지, 수소,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에 투자하며 글로벌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완성차 업체와 공급망 협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기업이 최대주주와 갈등을 겪다 이제는 사모펀드의 인수 타깃까지 됐으니 곳곳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1949년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설립한 영풍그룹이 모태다. 영풍그룹은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고 그 후 영풍은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경영해 왔다. 현재 영풍그룹 매출의 75%가 고려아연 몫이다. 반면 영풍은 최근 주력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에 현금 배당을 늘릴 것을 요구했지만 고려아연이 장기투자에 나서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주 영풍이 보유한 지분(33.14%) 매입을 시작한 MBK는 10월 4일까지 추가로 최대 14.6%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씨 일가는 우호지분을 포함해 33.99% 지분을 갖고 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대주주 지위에서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공개매수를 하는 것인 만큼 적대적 M&A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MBK가 중국계 자본과 상관없는 토종 펀드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개선 명분을 내걸고 건전한 기업의 경영권을 뺏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순 없다. 착실한 경영자가 일궈놓은 성과가 단기차익을 노리는 펀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도록 제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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