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손뗀 ‘K-컬처밸리’…경기도 공영개발 ‘기대 반 우려 반’
경기북부 최대 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케이(K)-컬처밸리 복합개발 사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 경기도와 씨제이(CJ)의 갈등 속에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씨제이가 협약 해지를 받아들이며 논란이 일단락된 모양새다. 다만 아직 예산 통과 문제가 남은데다 일각에서는 사업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케이-컬처밸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경기도가 가진 부지 32만6400㎡에 씨제이 라이브시티가 약 1조8000억원을 들여 케이팝 전문 아레나·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경기도, 고양시, 씨제이가 2016년 5월 기본 협약을 체결했지만, 지난 7월1일 경기도가 씨제이의 사업 의지에 의구심을 표하며 협약을 해제했다.
당시 경기도는 협약 체결 뒤 약 8년이 지났음에도 전체 공정률이 총사업비 대비 약 3%밖에 진행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씨제이에 사업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도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을 이유로 ‘완공 기한을 늦추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연 약 250억원)을 깎아달라’는 씨제이 쪽 요구도 배임 소지가 있다며 거부하고 협약을 해제했다. 대신 도는 해당 부지에 공영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의 이런 발표는 지역사회 반발을 불렀다. 경기도청원 게시판에는 경기도 발표 직후 협약 해지의 과정을 밝히고 공영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약 10일 만에 도지사 답변 요건(30일 이내 1만명 이상 동의)을 채웠다. 결국 김동연 경기지사가 직접 나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가 책임지고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씨제이가 경기도의 협약 해제 통보 약 두달여 만인 지난 5일 이를 받아들이며 사업 지연의 한고비를 넘겼다. 씨제이는 “경기도가 사업협약 해제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소송으로 무효를 다툴 경우 사업의 장기 표류는 불가피하다”며 “기존 기본협약은 해제하되 경기도와 협의해 아레나 사업을 최대한 신속히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씨제이의 협약 해제 수용 이후, 경기도의 케이-컬처밸리 조성 사업은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경기도가 씨제이에 지급해야 하는 토지매입비 반환금 1524억원에 대한 추가경정예산 심사가 경기도의회에서 20일 열린다. 이는 협약이 해제됨에 따라, 경기도가 씨제이에 매각한 상업용지를 다시 매입하기 위해 편성된 반환금이다. 매각 당시 용지대금 1319억9000만원 가운데 계약금(131억9900만원)을 제외한 1187억9100만원과 이자 310억9800만원을 가산한 금액이다. 도의회는 21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해당 예산을 검토한 뒤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해당 예산이 통과되면 도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씨제이가 지급해야 할 지체상금 등은 향후 사업 추진 방향과 도의회 논의 등에 따라 총 액수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씨제이 대신 도가 개발 추진 책임을 떠안으며 케이-컬처밸리 사업이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케이팝 인기몰이로 공연장에 대한 수요가 커지긴 했지만, 문화시설만으로는 높은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수익성이 있다면 씨제이가 사업을 이렇게 방치했겠느냐”며 “지금처럼 도가 주민 반발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되면 결국 사업 완수를 위해 민간에 분양 수익을 가져다줄 오피스텔 건축을 허가하는 등 오히려 주민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경기도는 공영개발에 방점을 두고 사업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자금 조달 방법과 수익성 등을 두루 살피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용역 결과에 따라 개발 단계부터 민간 참여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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