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모건스탠리 몽니에 휘청대는 K반도체

김남석 2024. 9. 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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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하나에 15조원이 넘는 K반도체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증발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납득하기 어려운 '몽니'라는 반박이 업계에서 나왔음에도 반도체 주가는 휘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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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시가총액 15조 증발
"HBM 공급과잉 전망은 오류"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하나에 15조원이 넘는 K반도체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증발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납득하기 어려운 '몽니'라는 반박이 업계에서 나왔음에도 반도체 주가는 휘청였다. 한국 수출의 20%를 책임지고 나아가 국가안보까지 지켜준다는 'K반도체'지만, 해외에서 부는 작은 바람에 추풍낙엽처럼 무너진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추석연휴 기간인 지난 15일 '겨울이 온다'(Winter looms)'라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전망을 각각 27.6%, 53.8% 하향 조정했다. 19일 장이 열리자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1% 급락한 15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5만원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2.0% 하락한 6만3100원에 장을 마감했고, 한미반도체의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3.3% 하락했다. 반도체 3대장주에서 이날 하루 증발한 시가총액은 15조3608억원에 이른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스마트폰 및 PC 수요 감소에 따른 일반 D램 가격 하락,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과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 하향조정 이유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범용 메모리반도체 시장 위축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동의했지만, HBM 공급과잉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HBM은 생산 측면에서 올해 이미 솔드아웃(Sold-out·완판)인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최소 1년치 HBM 수주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 만큼, 공급과잉과는 거리가 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역시 최근 거래처와의 갈등이 발생할 정도로 AI 애플리케이션용 GPU(그래픽처리장치) 공급부족이 심해졌다고 한 점을 고려할 때, 모건스탠리가 우려한 HBM 공급과잉 상황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21년 '반도체, 겨울이 온다'(Memory Winter is Coming)라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전망해 이후 전개된 시장상황을 옳게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있다. 그러나 이전 2017년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메모리 업황이 정점을 맞았다고 분석하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췄지만 삼성전자는 그 다음해 2018년 역대 최대실적을 시연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에도 '고점을 준비하다'(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으로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더욱이 모건스탠리 서울 지점인 모간서울의 창구에서는 이번 비관적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13일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719주의 매도주문이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더해 사실상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매도주문 체결 하루 전인 12일 SK하이닉스의 주가가 1만원 이상 올랐다는 점에서 당시 시장에서는 이 같은 모간서울의 매도세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선 이번 모건스탠리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 폭락에 대한 '선행매매'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증권선물위원을 지낸 이상복 서강대 교수는 "보고서 발표 직전 모건스탠리 창구를 통해 대규모 매도가 발생한 것에 대해 해당 매도에 모건스탠리 자금이 포함돼 있는지 당국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주가에 영향을 미칠 보고서를 시장에 발표하기 전 주식을 팔았다면 자본시장법상 불건전 영업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모건스탠리 창구에서 거래된 계좌를 살펴보고 이상거래 징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구체적인 거래 내역을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신하연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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