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오와 AI의 만남, 선택 아닌 필수

2024. 9. 19. 18: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바이오를 둘러싼 거대한 변화를 생각해 보면,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의 "어딘가에서 믿기 어려운 무언가가 알려지길 기다리고 있다"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과학과 기술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 시대에 바이오는 마치 아직 발견되지 않은 거대한 가능성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우주의 경계에 서 있는 것과 같다.

AI(인공지능)와 바이오의 융합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복잡한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AI의 강력한 연산력은 기존의 전통적인 연구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문제들을 극복하게 한다. 딥마인드(DeepMind)의 설립자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는 "수학이 물리학을 설명하는 적절한 언어로 밝혀졌듯이 생물학은 AI 적용에 완벽한 분야"라며 AI가 유전자, 단백질, 세포 기능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생명 현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하였다.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인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생명과학 연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신약 개발과 질병 이해에 중요한 진전을 이루며, AI가 생명과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단순히 '클릭하고 클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 정보를 제공하는 고급 검색엔진 역할을 하며 제약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바이오니모' 플랫폼은 제약기업이 AI 모델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신약 개발의 속도와 정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생성형 AI가 제약·의료산업에서 연간 600억~11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즉 AI와 바이오의 융합으로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더 빠르고 정밀한 신약 개발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AI 융합 바이오 혁신의 핵심은 바이오 데이터이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예측하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다. 미국 '인공지능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바이오 혁신 가속화를 위해 바이오뱅크 개발과 생물학적 및 유전적 데이터의 우선적 지원을 권고하였고, 이 데이터베이스는 AI를 활용한 유전적 데이터 분석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대한민국 바이오 생태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우리의 연구현장과 산업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지금, 이 거대한 변화를 준비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첫째, AI 기술을 만들 것인가(make), 빌려 쓸 것인가(borrow)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아날로그 대표 국가인 일본조차도 AI 기술 접목을 가속하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도 자원과 여건을 고려해 독자적 기술 개발로 자립성을 확보할지, 외부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시장에 대응할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둘째, 특화된 바이오 데이터 생산 전략이 중요하다. AI의 성공은 고품질 데이터에 달려 있으며, 바이오산업에서는 특화된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유전자, 단백질, 세포 기능 등 고유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관리해 AI 모델 학습을 지원함으로써 정밀하고 효율적인 신약 개발과 연구를 가능하게 하고, 바이오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셋째, AI에 대한 새로운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기존 생명윤리는 인간 생명과 안전을 중시했지만, AI 윤리는 데이터 편향, 알고리즘 투명성, 책임 소재 등 새로운 윤리적 문제를 다룬다. 기술 발전에 맞는 윤리적 접근을 통해 AI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바이오 분야에서 AI와의 융합은 단순한 기술적 결정이 아니라, 향후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 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다만 모두에게 균등하게 온 것은 아니다"라는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이제는 우리의 여건과 목표를 명확히 분석하여 백캐스팅(backcasting)의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AI와 바이오 융합 전략을 선택할 시간이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