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지금 상황에서 통일은 비현실적…尹,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하길"

전혜인 2024. 9. 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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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9일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를 그만 접어두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의 위험이 곳곳에서 커져가고 있다"며 "제발 최소한의 소통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를 조언한다"고 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말자. 그냥 따로 함께 살면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돕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겠나"며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 맡기자"고 말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9.19평양공동선언이 있었던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준비위원장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를 제거 또는 개정할 것을 제안하며 "이미 남과 북이 국제 사회에서 각각의 독립국가로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영토 조항은 그 자체로 모순일 뿐더러 북한과 관련해 각종 법률 해석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전 비서실장은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통일이 전제돼 있어 적극적인 평화 조치와 화해 협력에 대한 거부감이 일고 소모적인 이념 논란이 지속된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현 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신뢰 구축과 평화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공격과 다름없는 것이다"라며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이나 윤석열 정부의 자유통일론이 그 생생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우리가 추구해온 국가연합 방안도 접어두자고 제안드린다"며 "국가연합론이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한다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남북이 통일논의를 지속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연초 노동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관계로 공식 규정하는 등 대남 노선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점을 들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우리 국민들 내부에도 통일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존재하고, 특히 젊은 세대로 가면 강한 의구심은 강한 거부감으로 나타난다"며 "오래된 적대와 대립으로 인해 어느 누구도 통일이 좋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워졌다. 제가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주장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은 우리 세대의 선택지가 아닌 미래 세대의 권리"라며 "충분히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 간에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며 교류와 협력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다음에 통일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특히 그는 현재 남북 관계에 대해 "김대중 정부 탄생과 함께 6.15, 10.4를 거쳐 4.27과 9.19로 이어지는 협력의 모색기를 지나온 한반도는 다시 수십년을 거슬러 앞이 보이지 않는 적대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북한은 근본적인 노선 변화를 꾀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 역시 북한을 확고한 주적으로 규정하며 강 대 강 대치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탈냉전 이후 지속되던 안정적 평화가 깨지고 지구촌 어디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관리되었던 평화는 오간 데 없고, 이제는 '전쟁 가능한 세상'에서 오는 긴장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윤 정부의 대북정책은 좋게 얘기하면 '힘에 의한 평화', 그냥 얘기하면 '전쟁불사'로 보인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위기가 주는 공포감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 너무 위험하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정부는 남북 관계와 한반도 주변 상황을 2000년 이후 최악의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넣으며 수구 냉전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며 "오늘 권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사는 오늘이 그저 우리의 것이 아닌, 미래 세대의 오늘을 빌려다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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