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아듀, 대한극장”…‘충무로 상징’ 영화관, 추억 속으로
이어서 이슈픽입니다.
1970년대 '겨울 여자'를 비롯해 '별들의 고향' '영자의 전성시대'.
이제는 전설이 된 한국 영화들입니다.
이런 화제작이 개봉할 때면 늘 혼잡이 벌어지던 곳 서울 돈화문로와 충무로 일대였습니다.
단성사, 피카디리, 명보, 대한극장 이름만 들어도 추억 돋는 영화관이 즐비했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대한극장 앞에 길게 늘어섰던 줄 기억하는 분들 많을텐데, 이젠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됐습니다.
사정없이 말들을 채찍질하며 내달리는 전차 경주신.
국내 관람객들이 영화 벤허를 처음 만난 곳은 대한극장이었습니다.
한때 별명이 ‘벤허 극장’이었습니다.
1962년 국내 개봉 당시 70㎜ 필름 영화를 원본 그대로 틀 수 있는 곳이 여기 말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차 경주 장면만큼은 아무리 봐도 놀랍다는 입소문 덕에, <벤허>는 장장 6개월간 상영되며 만원 사례를 이뤘습니다.
좌석 수 1,900석에 대형 스크린과 영사기를 갖춘 대한극장은 오늘날로 치면 첨단 멀티플렉스나 다름 없었습니다.
드넓은 초원에서 도레미송을 부르는 ‘사운드 오브 뮤직’등 대작들을 중심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충무로의 간판 극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로보트태권V>를 보려고 극장을 찾았던 어린 시절도 떠오르실 겁니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영화는 유일한 문화생활이었습니다.
신작 개봉일 영화관 앞에는 예매 줄이 끝도 없이 이어졌고, 암표상이 들끓었습니다.
찬란했던 전성기를 뒤로 하고 대한극장이 어제자로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이유는 경영 악화.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을 천 곳 넘는 스크린에서 동시 상영하는 시대가 되면서, 자본이 부족한 옛날식 극장은 하나 둘 뒤안길로 사라져 갔습니다.
명보가 그랬고 서울극장도 뒤를 이었습니다.
2002년 대한극장은 11개 스크린을 설치하며 멀티플렉스로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기술의 발전 앞에 역부족이었습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거실을 차지한 80인치 대형 TV가 각 가정을 영화관으로 만들었습니다.
조조할인 시간을 오후 1시로 옮기는 대한극장의 ‘오후 조조’는 변화에 맞춰 살아남기 위한 분투였습니다.
가수 이문세는 옛 시절 청춘 남녀가 아침 일찍 영화관에서 만나는 모습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조조할인/이문세 : "언제나 조조할인은 우리 차지였었죠."]
추억은 대개 공간에 대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하는데.
단성사와 명보극장은 2008년 문을 닫았고, 서울극장은 2021년, 그리고 2024년 대한극장을 끝으로 10대 극장 모두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대한극장은 내년 4월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뒤, 영국과 미국 등에서 흥행한 유명 공연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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