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에도 고민 깊어진 한은… 물가 잡았지만 금융 안정이 관건 [美 기준금리 ‘빅컷’]
박미영 2024. 9. 19. 18:22
한·미 간 금리차 1.5%P로 좁혀져
물가 안정세… 금리 인하 여건 조성
집값·가계 대출 폭증 우려는 지속
전문가 “내수회복 위해 인하 필요”
물가 안정세… 금리 인하 여건 조성
집값·가계 대출 폭증 우려는 지속
전문가 “내수회복 위해 인하 필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6개월 만에 ‘빅컷’(0.5%포인트 인하) 단행과 함께 금리 인하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한국은행도 앞으로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끝내고 경기 대응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 인하의 전제 조건인 물가상승률은 한은이 목표로 한 연 2%대에 다다른 상태이지만,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는 이달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 양상이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심각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 중 모두발언을 마치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연준이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빅컷을 결정함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단번에 1.5%포인트로 좁혀졌다.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를 던 만큼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더 수월해졌다는 평이다.
한은 안팎으로 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내수침체 장기화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다 미국에 앞서 스위스, 캐나다,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도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마친 상태다.
문제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집값과 불어나는 가계대출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그 중요 요인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주택 매매가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83% 올랐다. 7월(0.76%)을 넘어 2019년 12월(0.86%) 이후 56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수도권도 0.53% 올라 전월(0.40%)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다만 지난 9일 기준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월19일 0.25%→8월26일 0.25%→9월2일 0.22%→9월9일 0.16%’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시작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는 8월 대비 소폭 둔화한 상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정부는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선 바이오주와 금융주가 금리 인하 수혜 기대감에 급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96% 오른 104만9000원으로 마치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바이오주 알테오젠도 9.55% 올라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생명(2.97%), 메리츠금융지주(2.15%), 삼성화재(2.52%), 우리금융지주(2.46%) 등 금융주도 금리 인하 여파로 배당이 커질 것이란 기대에 상승했다. 다만 금리 인하 호재에도 반도체 실적에 대한 우려가 뒤섞이면서 코스피는 0.21% 오른 2580.80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은 0.86% 오른 739.51로 마쳤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세계적인 추세가 금리 인하로 돌아섰고 우리나라도 자영업자 경기 부양 등을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다”고 밝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대출 규제로 잡혀가고 있다”며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10월 검토 시점까지 0.1% 이내로 확인되면 10월에 금리 인하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3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0.5원 내린 1329.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됐고, 빅컷 단행으로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가 줄어 소폭 하락에 그쳤다.
박미영·이강진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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