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얼기 전 선제대응”… 美 연준 ‘금리 피벗’ 왜 [美 기준금리 ‘빅컷’]

홍주형 2024. 9. 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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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성장률은 하향, 실업률은 상향 전망
파월 ‘인플레는 잡았다’ 자신감 반영
美 대선 ‘촉각’… 인하 효과땐 민주 유리
해리스 “환영” 트럼프 “경기 악화 증거”
금값 장중 최고치… 국제유가도 ‘호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은 기정사실이었지만 ‘베이비컷(0.25%포인트)’이냐 ‘빅컷(0.5%포인트)’이냐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연준이 빅컷을 택한 것은 현재 미국 경제가 나쁘지는 않으나 고용 악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기존보다 0.50%포인트 낮아진 연 4.75∼5.00%로 기준금리를 발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23일 ‘잭슨홀 미팅’에서 정책 조정(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했다고 언급해 금리 인하 방향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금리 인하폭과 향후 금리 인하 속도는 마지막까지 쟁점이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가파른 연준의 금리 인하를 합리화할 만큼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고용지표의 경우 미국의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가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해 증가폭이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했지만 월가에선 노동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빅컷 여부를 둘러싸고 연준 내에서도 일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대부분 선제적으로 경기에 대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베이비컷 결정 후 고용시장이 빠르게 악화하면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FOMC에 참석한 연준 인사 중 한 명만 반대했다.
연준은 FOMC 성명에서 최근 지표가 미국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확장을 의미한다면서도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FOMC는 이중의 통화정책 목표와 관련한 양쪽 모두의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하고 총 8차례 동결한 끝에 이제 금리 인하의 첫발을 내디뎠다. 금리의 본격적인 인상부터 따지면 30개월 만의 정책 전환(피벗)인 셈이다. 당분간은 금리 인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대선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이번 발표는 높은 물가의 타격을 입은 미국인들에게 환영할 소식”이라며 “물가를 계속 낮추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연준)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경제 상황이 금리를 그 정도로 내려야 할 만큼 매우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왔으나 대선 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여당인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의식해 반대해왔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선이 자신이 연준에서 네 번째 겪는 대선이라며 “우리는 특정 정치인, 특정 대의, 특정 이슈 등 그 어떤 것을 위해서도 일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썼다. CNN도 “연준 금리 인하 조치의 효과가 경제에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9월 금리 인하는 11월5일 대선 때까지 미국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가 내리면서 달러와 미국채의 매력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금을 넣어두기만 해도 5% 이상의 수익을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고금리 시기가 종식됐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달러 등 다른 고금리·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의 흐름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는 내려가는 반면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7월 말 일본의 금리 인상 후 투자자들이 엔캐리트레이드를 과격하게 청산하며 나타났던 금융시장 충격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자가 붙지 않는 금값과 국제 유가에는 금리 인하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값은 이날 연준의 빅컷 발표 이후 2599.9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소폭 하락했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이날 금리 인하 발표 직후 1개당 하루 전보다 1.53% 상승한 6만1349달러(약 8172만원)로 올랐으나 곧 소폭 하락해 6만275달러(약 8029만원)를 기록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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