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운명 건 '쩐의 전쟁'…MBK 공개매수 맞설 백기사 정체

최동현 기자 2024. 9. 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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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7%만 확보해도 성공" 자신…최윤범 "이길 계획 있다" 우호세력 추가확보 나서
현대차·LG화학 등 기존 우호세력 추가 참전 주목…또다른 사모펀드 '대항 공개매수' 가능성도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의 '쩐의 전쟁'이 본격화했다. ㈜영풍(000670)과 손잡은 MBK가 2조 원의 자금력으로 공개매수에 나서자, 최 회장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군 확보에 나섰다. 현재 우호세력까지 감안한 양측의 지분율이 팽팽한 만큼 시장에선 최 회장 역시 MBK의 공개매수에 맞서 '백기사'가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최대 2조1332억 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개매수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주당 66만 원에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1%)까지 사들일 예정이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영풍과 MBK 측 지분은 최대 47.7%까지 늘어난다.

고려아연 지분은 현재 ㈜영풍 측(장씨 일가)이 33.13%, 고려아연 측(최씨 일가)이 15.65%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고려아연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현대차·LG화학·한화그룹의 지분(18.4%)을 더하면 최씨 일가의 우호지분은 34.05%이다. 국민연금(7.83%)과 고려아연 자사주(2.39%)를 제외한 유통 물량 전량이 공개매수 대상이다.

MBK는 이중 7% 이상만 확보하더라도 ㈜영풍 지분(33.13%)에 더해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대 수량을 확보할 경우 발행 주식 수 기준 48% 가량을 확보하고, 최소 물량인 7%를 확보한다고 해도 영풍정밀 지분까지 모두 반영하면 의결권 기준 44% 정도 지분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공개매수에 실패할 경우 대안이 있느냐는 말에는 "실패 이후 시나리오는 (영풍과) 더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현재 딱 잘라 (계획한 것은) 없다"면서 "그런데 저희는 실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치인 7% 지분 정도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9.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MBK가 조단위 자금력을 앞세워 경영권 장악 시도를 공식화하자 최윤범 회장도 '우군 확보'에 나서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최 회장은 이날 고려아연 계열사 및 협력사 임직원에 보내는 서신을 통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온 힘을 다해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

재계에선 최 회장이 우호세력의 지원을 받을 복안을 마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MBK는 지난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 22일간의 공개매수 기간을 설정하면서 추석 연휴와 한글날 등 공휴일이 낀 기간을 택했는데 이에 따른 영업일은 단 10일이다. 최 회장이 단기간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현금을 끌어오는 방법은 우호세력의 지원이 사실상 유일하다.

현대차·LG화학·한화그룹 등 기존 우호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에서 '안정적 협력관계 지속 필요성'을 이유로 들어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추가로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투자은행업계에선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사모펀드 컨소시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걸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는데, 우호세력 일부의 지원을 약속받았다는 걸 시사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MBK도 '백기사 참전'을 적극 저지하는 분위기다. 김광일 부회장은 이날 최윤범 회장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관여 등 각종 의혹을 핀셋 조명하는 동시에 "(현대차·LG화학 등 지분은) 최 회장의 우호지분이 아닌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이들 대기업이 최 회장을 공개 지원할 명분을 줄이려는 '여론전'을 편 것이다.

고려아연 지분 약 7.8%를 보유한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도 중요 변수다. 국민연금은 아직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공개매수보다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최 회장 측과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배당안 등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당시 고려아연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김광일 부회장은 '국민연금과 사전 협의했느냐'는 질문에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의 자금인 만큼 1대주주와 어찌 보면 2대주주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저희가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국민연금의 중립성, 공정성을 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개 매수가 마무리되고 임시 주총을 열게 되면 의결권 관련해서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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