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인턴사원 나갔다고 삼성 안 무너져, 병원도 그래야… 의료 개선 필요"
의대 350명 증원후 재조절·전남권 의대 신설등 타협안 제시
"호남대안포럼 강연·정율성 기념사업 저지투쟁도 계속할 것"
박은식 국민의힘 前비상대책위원
"개혁을 말하는 순간 그 개혁의 대상은 혁파의 대상이 됩니다. 삼성전자에서 인턴사원(전공의 비유)이 사라졌다고 '공장이 무너지는' 일은 없습니다. 당연히 병원도 그래야지요. 의료진과 불화로는 이겨도 진 것이 됩니다."
광주 출생의 '호남 우파'로서 정치 입문 전부터 주목받은 박은식(40·사진)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은 윤석열 정부발(發) '의료개혁' 드라이브와 의정(醫政)충돌·의료공백 장기화에 '의사'로서 쓴소리를 했다.
앞서 국민의힘 제22대 총선 3040세대 출마자 모임인 '첫목회'는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료위기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박은식 전 비대위원은 회원이자 현역 내과 전문의 자격으로 참석해 '20등이 되고 싶은 2등, 대한민국 선진 의료의 자살'이라는 발제를 했다. '접근성 끝판왕'이던 한국 의료가 급속 해체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경질을 촉구했고, '의대 정원 350명 증원 및 전남권 의대 신설'이라는 타협안을 냈다.
박 전 비대위원은 그로부터 일주일쯤 뒤, 근무처인 서울 송파구 A병원 인근에서 본보 기자와 만났다. 오후 진료가 본격화하기 전 막간을 활용해 만남에 응한 그의 모습은 '강골' 비판자 이전에 현실을 살아가는 소탈한 청년 의료인이었다. '몇개월'로 아이 나이를 세는 데 익숙한 초보 아빠다. 약간의 근황을 전해듣고, 의료개혁이란 중대 의제 관련 입장을 모두 듣기엔 시간이 모자라 추가로 묻기도 했다.
'의료개혁의 본질과 향방'에 대해 박 전 비대위원은 "우리나라 보건의료는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건강분야 번영지수)순위에서 도시국가인 싱가폴을 제외하면 2위"라며 "개혁보다는 개선이 필요하다. 개선하려면 그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전공의·의대교수) 사직서 수리 금지'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법정최고형' 운운 협박해선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 파국의 결과로 "건강보험 단일(구조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큰 혼란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 의료진에게 '신뢰'를 줄 제스처가 필요하다며 "2012년 포괄수과제 도입으로 수많은 산부인과 원장님들을 극단적 선택하게 만들어 오랜 기간 악연이 이어진 박 차관 경질은 그 시작점"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의료체계가 무너진 계기 두가지는 법적 리스크 증가와 실손보험 확대"라고 두가지를 개혁 대상을 꼽았다.
그는 "민사 배상이 10억원 단위를 넘어가고 형사소송까지 늘어가는데, 기존 필수 급여진료 분야의 '저수가'는 개선이 안 된 채"라며 "비급여진료의 문턱을 없애버린 실손보험에 4000만명이 가입해있으면서 '필수의료 대탈출'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는 의료개혁 해법으로 "의대 증원 350명에 전남권 의대, 사법리스크 감소, 실손보험 축소, 필수의료수가 (원가 이상으로) 정상화를 받아주셔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전부터 첨예한 의대 정원에 대해 그는 "2025년도 정원은 다수의 의료인·전공의를 만나본 결과 '(의약분업 당시 줄인) 350명이면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350명 증원한 후, 공정한 의료인력 추계기구를 설치해 10% 내외 증감을 조절하는 게 좋겠다"고 대안을 냈다. 간병서비스를 확대를 병행해 고령화 의료수요 증가를 소화하고, 지방의료원과 지역거점대학병원 간 위탁운영 확대 등을 지역·필수의료 확충 대안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광역자치단체 중 전남권에 의대가 없는데 순천대나 목포대 중 한곳에 의대를 설치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전공의를 대기업 인턴사원에 빗대며 "체계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 못하고, 전공의를 수련이 아닌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 평균 4시간을 못 잔다는 전공의(한양대병원 내과)와 전임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생활을 마친 지 오래지 않은 그다.
특히 그는 "의료계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이런 온건한 제안을 받고 선거에 임했으면 분명 결과는 달랐을 거다. 지금처럼 (의석이 모자라) 거부권만 쓰는 정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국민의힘 정치인으로선 사지(死地)에 다름없지만 고향인 광주 동·남구을에 출마했던 그는 "광주전남의 대형수련병원 3곳(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광주기독병원)가 몰린 지역구였는데 이들의 지지가 돌아선 것도 뼈아팠다"고 회고했다.
'광주 총선 출마'와 '한동훈 비대위' 등판에 앞서 박 전 비대위원은 시민단체 '호남대안포럼'을 대표로 이끌며, 중국으로 귀화한 '중공·북한군가 작곡가'인 정율성(鄭律成·정뤼청) 거리·공원을 광주광역시 예산으로 조성하는 데 반대한 바 있다. 그는 "대한민국을 (6·25 전쟁으로) 피흘리게 만든 정율성을 우리의 피같은 세금으로 기려선 안 되기에 기념사업이 진행되는 동남을 지역에 출마했다. 제가 태어나 학교를 다닌 곳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도부에서 '비례나 당선 가능성 높은 선거구 출마'를 제안했지만, '중앙정치에서 인정받은 호남사람들이 호남에 출마해야만 지역감정이란 거대한 벽에 균열이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했다"면서도 "너무 크고 공고한 벽이었음을 실감했다. 광주시민분들께서 '링' 위에 올려주시면 열심히 싸울 준비가 됐는데 관심 자체가 거의 없으시더라. 행사를 가도 자리가 없고 당 이름도 옛 국민의당과 헷갈려하신 어르신이 꽤 계셨다"고 털어놨다.
이외에도 여권에서 옛 안철수계, 이준석계(개혁신당)와의 '지지연합이 해체'된 점, R&D 예산 삭감으로 GIST(광주과학기술원) 및 한국전력 종사자 표심 이탈, 대체 복지담론 없이 이조(이재명·조국)심판만 내세운 점을 아쉬워했다. 박 전 비대위원은 "그래도 후회는 없다"며 열악한 환경을 조력자들과 함께 겪어보고 정치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다잡았다고 했다. '자갈밭' 수준의 호남권 비례대표 의원 할당 및 조직력 확보가 '마중물'이 될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집권 후반기 윤 대통령을 향해선 "행정권력만으로도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야 한다. 의료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350명 증원과 전남권 의대, 필수의료환경 개선만 해도 큰 업적"이라며 "국방 및 외교는 현재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좋아 보인다. 기존에 하려 했던 노동·교육·연금개혁에 매진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간 시민단체 활동에 관해선 "호남대안포럼 강연 및 정율성 투쟁도 힘닿는 데까지 해볼 것이다. 지난 총선 전 출간하기로 했던 책도 올 가을 출간 예정"이라며 "신문에 썼던 칼럼들과 총선 출마를 통해 느낀 바를 담았는데 이 내용으로 호남 지역에서 강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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