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침체 없다" 강조에도 … 고용·경기 냉각신호 뚜렷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4. 9. 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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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이젠 고용과의 전쟁
빅컷·스몰컷 놓고 연준서 격론
파월 설득에 금리 0.5%P 인하
7월 성명에선 "고용증가 완화"
9월 "고용증가 둔화"로 달라져
영국은 기준금리 5%로 동결

◆ 美 피벗 본격화 ◆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5.25~5.5%에서 4.75~5.0%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워싱턴DC에서 회견을 마친 뒤 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기 침체를 피하고 싶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준 위원들을 설득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이뤄냈다. 그러나 앞길은 '울퉁불퉁(bumpy)'하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이 빅컷을 전격 단행하자 월가가 내린 평가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스몰컷(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과 빅컷을 두고 의원들 간에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는데, 파월 의장이 '침체만은 피해야 한다'며 밀어붙인 모양새다.

연준은 이날 FOMC 정례회의 결과 11명 찬성, 1명 반대로 기존 5.25~5.5%이던 기준금리를 4.75~5.00%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대표는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한 미셸 보먼 연준 이사가 던졌다. 연준 이사가 FOMC에서 소수 의견을 밝힌 경우는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우선 점도표를 보면 19명의 위원 중 9명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4.25~4.5%로 전망했다. 이날 FOMC 직전 기준금리가 5.25~5.5%임을 감안하면 9월 FOMC를 포함해 연말까지 1.0%포인트 인하 계획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나머지 7명은 4.5~4.75%, 2명은 4.75~5.0%, 1명은 4.0~4.25%를 각각 전망하면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이를 두고 모건스탠리는 "빅컷이 아닌 스몰컷을 주장한 소수의견이 이례적으로 나왔고, 연내 1.0%포인트 인하 여부에 대해서도 10대9로 위원들 간 박빙을 보여 매우 분열된 회의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 위원들에게 빅컷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침체 가능성을 일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금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기 지표는 없다"면서 "경제성장률은 견조하고 고용시장도 굉장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침체의 신호는 연준의 성명서와 점도표, 경기 전망, 그리고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도 다수 확인됐다. 고용시장 냉각발 경기 침체 가능성이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고용 증가가 둔화됐다(slowed)"고 평가했다. 지난 7월 FOMC 성명서 당시 "고용 증가가 완화됐다(moderated)"는 표현과 비교하면 고용시장이 더 악화됐음을 뜻한다. 특히 연준은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2% 복귀를 위해 전념하겠다는 기존 표현에 '완전 고용' 의무를 추가했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더 둔화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연준은 특히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을 3개월 전 5.1%에서 4.4%로 0.7%포인트 낮췄다. 내년 말 기준금리도 4.1%에서 3.4%로 낮췄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함에 따라 금리도 그만큼 더 빨리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이중 책무인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두 가지 리스크가 균형을 이뤘다"고 말했지만 실제 속내는 고용 냉각에 집중할 뜻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 상방 압력은 완화되고 고용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은 올 연말 전년 대비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3개월 전 전망치(2.6%)보다 하향 조정된 수치다. 내년 말 PCE는 2.1% 상승해 연준이 목표로 하는 2%에 거의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0.5%포인트 인하는 노동시장의 예기치 않은 추가적인 냉각에 대해 보험을 든 것과 같다"면서 "연준은 금리 인상에 뒤처졌다고 비난받았다. 자연스럽게 인하를 너무 늦게 한다고 비난받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연착륙 달성에 집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고용 둔화를 우려해 빅컷을 단행한 가운데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해 우려하던 시장에 안도감을 불어넣었다. 19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9000건으로 직전 주에 비해 1만2000건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23만건)를 밑돈 것은 물론 지난 5월 12~18일 주간(21만6000건)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한편 빅컷에 나선 연준과 달리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19일 기준금리를 연 5%로 동결했다. 이날 열린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위원 9명 중 8명이 금리 유지에 찬성했다. 다만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가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고 밝혀 이르면 오는 11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망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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