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무분별 투자가 실패로” vs “재무구조 튼튼”…여론전 확산

이진주·김경민 기자 2024. 9. 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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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회하는 고려아연 노조원들. 고려아연 노동조합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여론전으로 확산하며 격화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까지 가세한 이번 갈등이 향후 국내 첨단산업 소재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계 안팎이 주목하는 모습이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MBK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이 비정상적 기업 의사결정구조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1949년 고 장병희·최기호 회장이 공동 창립한 영풍 계열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장씨 일가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독단적으로 제3자 유상증자 등을 단행해 지분 변동을 초래하면서 공동경영 체제에 균열을 내 공개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MBK와 영풍 측 주장이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회장은 75년을 이어온 공동경영 정신을 2세대에서 끝내는 게 맞겠다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이 MBK에 최대주주 지위를 부여하는 이유에 대해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고려아연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최 회장의 방만한 경영으로 고려아연이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MBK에 따르면 최 회장이 사장으로 취임했던 2019년 16.2%이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지난해 10.1%로, 영업이익 마진은 같은 기간 12%에서 6.8%로 줄었다. 부채가 크게 늘고 순현금은 고갈되는 등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는데, 최 회장이 추진한 38개 사업 중 30개에서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이사회 승인 없이 단행한 무분별한 투자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6%, 차입금의존도는 10%로 매우 튼튼한 재무구조를 보여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에 대해선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이 2021년부터 투자한 기업의 당기순손익을 합산하는 과정에서 L사와 H사 등 우량기업의 2022년 당기순손익을 제외했다”며 “이를 포함하면 당사가 투자한 기업의 총 당기순이익은 ‘조 단위’”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독려했다. 고려아연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기업사냥꾼 MBK에 회사를 빼앗길 엄청난 위협 앞에 직면해 있다”며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노조 조합원 70여명은 이날 서울 청진동 MBK 본사 앞에서 공개매수 시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영풍 오너 일가 간의 지분·승계 문제뿐 아니라 고려아연의 높은 성장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이다. 전자,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국내 첨단산업의 기초 소재 핵심 공급망 역할을 하고 있다. LG화학·한화·현대차그룹 등 국내 배터리·완성차 업체와 협업관계를 구축해 신사업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2026년부터 양극재의 핵심광물 니켈이 함유된 고순도 황산니켈을 제련한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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