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정국, 도돌이표 대치…변수는 ‘민심’

이유진·민서영·박하얀 기자 2024. 9. 1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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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주도로 19일 특검법 국회 통과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커
여론은 김건희 특검법 찬성이 다수
민주 “재의결 실패시 계속 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19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강행 처리 규탄 집회가 열리는 국회 로텐더홀을 지나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특검법 정국이 재현되고 있다. 야당은 공천 개입 의혹 등 잇따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정조준한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은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정부와 여당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9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지역화폐법)을 단독 의결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명품 가방 수수,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의 불법행위, 각종 인사 개입, 채 상병 순직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22대 총선 선거 개입 등 총 8개 의혹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번째 본회의 문턱을 넘은 채 상병 특검법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제안을 반영한 ‘제3자 특검 추천’과 야당의 거부권을 보장한 기존 안에 국민의힘이 요구해온 제보 조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지역화폐법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여당은 세 법안 모두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재의요구는 지금 당장 대외적으로 의사표시를 하겠다”며 “반헌법적인 무리한 특검법안 등이 민주당의 일방적인 강행처리로 무리하게 통과된 법안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주실 것을 강력히 건의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이후인 24일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국회로 되돌아오면 곧장 재표결에 들어갈 방침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9월 24일에 (3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26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추진하겠다”며 “9월24일을 넘어 9월30일 혹은 10월2일 정도에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10월7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기에 그 전주쯤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표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에도 ‘후퇴는 없다’고 공언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추석 민심에서 특검법은 반드시 실현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민주당은 만약 10월에 관련 법안이 재의결해서 통과되지 않는다고 해도 11월이든 12월이든 계속 시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거부권이 계속된다고 해서 무기력하지도 않고 현재 상황에서 조급해하지도 않으며, 또한 압박을 가하면서 변화된 다양한 공격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점 등을 들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우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 여론이 사실상의 임계점을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여당에서도 ‘이대로 공멸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지 않겠나”라며 “추락하는 기차에 동반 탑승해서 같이 추락할 것이냐, 아니면 민심의 경종을 함께하면서 정치적 생명을 유지할 것인지 실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야당이 재표결에 나서면 일단 ‘수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일단 막기로 한 거니까 막아야 한다. 그게 제일 큰 대책”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 특검법 등의 이탈표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 관련) 그 문제에 대한 정서적 이탈감은 사람마다 강도가 다를 수 있지만 민주당이 도저히 우리가 받을 수 없는 법안을 가져온다”며 “(특검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데 대해) 우리 당 의원들이 다 공감을 해서 무슨 이탈표가 나오느니 어쩌니 하는 건 민주당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문제는 여론이다. 한국갤럽 9월 둘째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인 20%로 추락했고 여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찬성은 62%로 반대(30%)의 두 배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 의혹 규명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민심을 더욱 악화시켜 추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범야권은 내달 7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될 국정감사 역시 ‘김건희 국정농단 국감’으로 규정하고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김 여사의 4·10 총선 개입 의혹을 국회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다른 의혹이) 추가로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둑이 무너진 그런 상황”이라며 “앞서 말한 네 개 국정조사(채 상병 사건, 방송 장악, 양평고속도로 의혹, 동해 유전 개발 관련 국정조사)를 포함해 국감 때 주요 쟁점을 열심히 들여다볼 것”이라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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