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공개매수부터 기업 인수까지…‘10조 펀드’ 앞세운 MBK의 야심
작년 한국앤컴퍼니 매수 실패 후 절치부심
에어프로덕츠·SK스페셜티 인수 동시 도전
국민연금 출자사업 따내…펀드 레이징 순항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10조원 규모로 조성 중인 ‘6호 펀드’의 본격적인 투자 집행에 나서고 있다. 첫 투자처로 고려아연(010130) 공개매수를 낙점한 가운데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SK스페셜티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도 동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전 세계 연기금 100여 곳을 출자자(LP)로 확보한 MBK파트너스가 국내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성공 후 콜옵션 행사를 통해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193만주도 사올 전망이다. 같은 가격(66만원)을 가정하면 1조 3000억원 규모다. 공개매수에 콜옵션까지 합치면 고려아연 관련 딜에만 총 3조 3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조단위 대어로 꼽히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SK스페셜티 인수에도 참전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가운데 양 사 인수에 모두 도전하는 곳은 MBK파트너스가 유일하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몸값은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최대 5조원, SK스페셜티가 최대 4조원으로 거론된다. 해당 가격에 거래가 성사될 경우 올해 최대 M&A 기록이 될 전망이다.
8조 넘긴 6호 펀드…“중국계 자본 5% 안팎”
MBK파트너스가 초대형 투자를 연달아 추진하는 배경엔 6호 바이아웃 펀드가 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최대 80억달러(약 10조 6000억원)를 목표로 6호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펀드 조성을 시작한 지 약 두 달여 만에 32억달러(약 4조 3000억원)를 모았고, 현재 조성 금액은 8조원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국민연금의 PEF 출자 사업도 따내면서 추가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MBK파트너스가 현재 발을 걸쳐둔 딜을 모두 따낸다고 가정하면 6호 펀드 재원이 부족할 수 있다.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 위로 뛰면서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를 높일 경우 추가 재원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에어프로덕츠와 SK스페셜티 인수 중 확실한 딜 하나와 고려아연 딜 등 2가지를 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으로 전해졌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아직 (6호) 펀드 결성을 마친 게 아니라서 확언하긴 어렵지만 중국계 자본의 비중은 5% 안팎”이라며 “우리는 2005년 한국에서 출범한 1세대 사모펀드다. 우리가 중국계 (사모펀드)라는 주장은 마타도어(근거없는 중상모략)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 실패 반면교사…주가 변수는 커져
시장에선 MBK파트너스가 9개월 전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실패 이후 절치부심(切齒腐心)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2018년 조성된 1조원 규모의 스페셜시추에이션(SS) 2호 펀드를 재원으로 삼았다. 또 당시엔 한국앤컴퍼니 2대 주주인 조현식 고문과 손을 잡았지만, 이번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힘을 합치며 적대적 M&A 논란을 빗겨가려 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당시에도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2만원에서 2만 4000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 시작 당일부터 66만원 위로 오르면서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공개매수의 매력이 떨어졌다. 개인 투자자의 공개매수 유인을 높이려면 가격을 상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고려아연의 소액주주 수는 4만 1462명으로 전체 발행주식수(2055만 3379주)의 27.44%를 쥐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두 번 연속 공개매수에 실패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촘촘한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앤컴퍼니 당시에도 공개매수 가격을 한 차례 조정한 만큼 이번에도 가격 상향을 염두에 두고 매입 구조를 설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허지은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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