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등판한 경영권 전쟁…'75년 동업' 고려아연-영풍 어쩌다
양측 지분 경쟁 벌이다 올해 3월 주총서 고려아연 승리…배당 축소 등 불만에 사모펀드 끌어들여 경영권 확보 시도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70년 넘게 동업 관계를 유지한 영풍그룹의 두 집안(장씨와 최씨)이 경영권을 두고 으르렁거리게 된 것은 불과 수년 사이의 일이다. 고려아연(010130)을 경영해 온 최씨 가문의 3세인 최윤범 회장이 2022년 취임 후 신사업 확장이나 배당 정책 등 경영전략에서 최대주주인 영풍(000670) 장형진 고문과 의견 충돌이 잦아지면서 갈등이 커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영풍 측 사업이 부진하면서 그룹 캐시카우인 고려아연의 배당에 더욱 의존해 온 터라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며 배당을 줄인 최 회장을 향한 앙금이 커졌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영풍 및 특수관계인(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과 주주 간 계약을 맺고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에 오르겠다고 발표했다. 주당 66만 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최대 47.74%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영풍그룹은 지난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설립했고 이어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이후 장씨(영풍)와 최씨(고려아연)로 이뤄진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장씨 일가의 영풍이지만 경영은 최씨 일가에서 맡아 왔다.
현재 영풍과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상 장형진 고문을 총수로 하는 대규모기업집단 영풍그룹(32위)의 계열사다. 영풍그룹은 사업지주회사 영풍을 포함해 영풍전자, 고려아연, 시그네틱스, 인터플렉스, 코리아써키트 등을 두고 있다.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이차전지 등 첨단 핵심산업에 들어가는 아연과 동, 연 등 기초금속을 공급하는 핵심 소재업체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 대기업과 공급망 협력 체계를 마련, LG화학과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등은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해 동맹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명명한 3대 신산업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자원순환 △이차전지소재 사업을 확장하면서 제2의 도약에 나섰다. 현재 영풍그룹의 매출 70∼80%를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최씨 가문이 맡아온 고려아연은 '형제 경영'에 가까워 개별 지분구조는 취약한 편이다. 최대주주 영풍 25.4% 외에 △장형진 영풍 고문 3.49%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1.84% 등이다. 그 외에 최씨 집안 2·3세 여러 명이 조금씩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취임 후 장 고문과 사업 방향성을 두고 이견이 커지자 지분을 늘리면서 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맞교환 등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렸다. 구체적으로 △한화그룹 7.8% △HMG글로벌(현대차그룹 해외법인) 5.0% △LG화학 1.9% 등이다. 이에 지분 희석이 발생하게 된 영풍 장 고문 측도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양측 갈등이 고조됐다.
특히 고려아연이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배당금까지 줄이자 영풍 불만은 고조됐다. 영풍은 고려아연으로부터 매년 1000억 원 넘은 배당을 챙겼지만 지난해 연간 배당이 주당 2만 원에서 1만 5000원으로 줄어 영풍이 2023년(결산 기준)에 받은 배당액은 778억 원에 그쳤다. 최근 실적 악화로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는 영풍 입장에선 불만이 커졌다.
결국 영풍은 고려아연의 배당 축소 정책에 반발하고 최대주주 행동에 나섰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이 결산 배당 5000원을 제시하자 영풍은 즉각 반발하고 전년과 동일한 주당 1만원을 요구했다. 결과는 고려아연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에도 영풍은 지난해 9월13일 고려아연과 현대차그룹 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을 무효로 해달라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을 이어오고 있다.
고려아연 역시 수십년간 이어온 원료 공동 구매를 포함한 인력·정보 교류 등을 중단했다. 또한 40년 넘게 본사로 사용한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나와 종로 그랑서울로 본사를 옮기는 물리적 결별을 택했다.
결국 영풍으로서는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 경영에 손을 쓸 수 없게 되자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아예 최씨 일가로부터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과 최 회장 측은 수십년간 회사를 경영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현 경영진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은 장부상 최대주주 여부와 무관하게 '약탈적 경영권 인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전날 입장문에서 "자원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국내 토종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국가산업의 토대인 비철금속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1위 기업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개 매수자들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이차전지소재와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 등 핵심사업 전략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며 "약탈적 자본과 결탁한 공개 매수자들이 경영권을 해외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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