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김광일 "연휴 하루도 못 쉬어…국군의날 '빨간날' 될 줄은"
"MBK는 토종 사모펀드, 국가기간산업 中에 안 판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대해 "개인주주가 3%에 불과하다"며 "공개매수 실패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성공을 자신했다.
김 부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은 고려아연 주주 구성 특성상 공개매수 참여 유인이 충분하다며 "최소치인 7% 지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기관투자자들은 고려아연에 장기투자 해왔기 때문에 평균 취득단가가 45만원 아래며, 현재 공개매수가격(66만원)은 기관 입장에선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봤다. 경영권 분쟁 확전 기대감으로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웃돌지만 인상 가능성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70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6.16%(4만1000원) 상승했다. 공개매수 가격(66만원)을 웃돌았다. 장 중 한 때 72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는 "고려아연 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급등한 주가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주주들이 공개매수 종료일까지 응모 여부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부회장과 함께 강성두 (주)영풍 사장, 이번 거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베이커맥킨지코리아의 이성훈 변호사가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직접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취지와 기업 분석, 청사진 등에 관해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질의응답에서도 공개매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려아연 향후 대기업 인수 희망…한화·현대차·LG와 협력 강화"
김 부회장은 MBK파트너스의 중국계 자본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 MBK파트너스를 '중국계 자본'으로 '마타도어(흑색선전)'하고 있다"며 "2005년 한국에서 자본시장 프라이빗에쿼티(PE) 산업을 일구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MBK파트너스가 1세대로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라고 밝히면서도 "PE산업에서는 위탁운용사(GP)의 국적은 중요하지만 돈을 대는 출자자(LP) 구성은 어느 GP나 동일하다"고 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의 중국 등 해외 매각 우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부회장은 "국가기간산업인만큼 중국을 포함해 해외에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정부 당국자도 기사를 보고 있을 것이라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향후 엑시트 계획과 관련해선 "영풍과 10년 이상 길게 보고 있고, 나중에 국내 대기업이 가져가길 희망한다"면서 "현금 영업이익이 1조원 정도 나오는 세계 1위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를 예시로 들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6위였던 두산공작기계에 투자하고 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3위로 만들었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시장에서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 대기업 지분(18.84%)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의 우호세력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대기업들은 정확히 말하면 고려아연의 협업 파트너지, 최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우호 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호세력이라면 5% 공시룰 위반"이라며 "MBK파트너스는 이들 기업과 협업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연휴 포함 실 거래일 10일…치밀 설계로 최윤범 측 방어 봉쇄
앞서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은 지난 13일부터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공개매수의 목표 물량은 고려아연 지분 약 7∼14.6%(144만 5036주∼302만 4881주)다.
MBK파트너스는 이와 별도로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동시에 추진한다. 영풍정밀 지분 최대 43.43%를 주당 2만원에 사들인다. 공개매수 대금은 총 2조1332억원 규모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개매수는 최소 20일 동안 진행해야 한다. 22일간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에 추석 연휴와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개천절 등을 포함돼 있어 실 거래일이 10일에 불과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최 회장 측에 방어할 시간을 최소한으로 주기 위해 일정을 전략적으로 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기관투자자들이 대부분인 만큼 그분들이 의사결정하기에는 충분한 일정이라고 생각했고 대항공개매수 등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렇게 짠 것"이라면서 "일정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에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군의날이 임시공휴일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추석 연휴 기간 울산시와 울산시의회 등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날 고려아연 노동조합에서도 이번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에 김 부회장은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공개매수 특성상 사전에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면서 "곧 울산시장, 울산지역 상공계 등과 만나 공개매수 취지를 설명하고 울산지역에 어떻게 기여할지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어왔다. 75년간 동업해온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갈등은 지난 13일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극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약 33.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날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에서는 영풍과 고려아연 간 분리에 대한 사전 논의가 없었냐는 질문도 나왔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두 가문 간 분리에 대한 사전논의는 없었다"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승계했기 때문에 독립을 하고자 한다면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단 한번도 상의를 한 적이 없다. 진지하게 상의해서 합의할 수 있었다면 '아름다운 이별'도 가능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에 고려아연 지분을 넘기는 것이 상장법인 영풍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에 대해서는 "최윤범 회장의 독선적, 독단적 경영을 방관하는 것이 배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배권을 강화하는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거버넌스와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대주주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호반그룹 맏며느리' 김민형 전 아나운서, 호반 상무 됐다
- 태광산업, 청화소다 공장 증설…울산시와 1500억 투자 협약
- 국내 웹툰 글로벌 흥행시킨 넷마블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장기 흥행 이어간다
- “고시원인 줄” 10평 이하 공공임대주택 공실만 5만 가구
- 3년 간 유류세 인하로 13조원 감세···"재정 고갈 대책 세워야"
- "회장님이 사고쳤다"...난리 난 '이 회사'
- 와르르 무너진 ‘공든 탑’...세계 1위 회사의 추락
- "외국인 없인 안 돌아가요"···기업 73%, '외국인 채용 하고 싶다'
- 이마트 최대 실적, 트레이더스가 다했다
- 주식으로 돈벌기 힘드네...트럼프발 악재에 '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