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내년 설에도 이렇게 막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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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염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연휴 동안 응급실 방문 환자는 하루 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과 올해 설(3만6996명)보다 20% 넘게 감소했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른 응급실 근무 의료진에게 언제까지 헌신과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까.
중증 환자에게 응급실 이용을 양보한 수준 높은 민도는 인식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위적인 수요 조절의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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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응급실 대란 피했지만
지속가능 불투명…위험 지속
조속한 의정협의체 출범으로
한발씩 양보 국민 안전 지켜야
추석 연휴 염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찔한 순간이 적지는 않았다. 복부 자상 환자가 10곳이 넘는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한 뒤 사고 발생 4시간이 넘어 병원으로 이송되는가 하면 손가락 절단 환자가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뒤 수술을 받기도 했다. 25주 차 임신부가 양수가 터져 병원을 찾았지만 75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했고, 6시간이나 구급차에서 대기한 끝에 겨우 진료를 받았다. 그래도 큰 불상사는 없었으니 천만다행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연휴 동안 응급실 방문 환자는 하루 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과 올해 설(3만6996명)보다 20% 넘게 감소했다. 특히 경증 환자는 올 추석 연휴 기간 일평균 1만6157명으로 작년 추석(2만6003명)이나 올 설(2만3647명)보다 30% 넘게 줄었다. 응급실 방문 중증 환자 수는 하루 평균 1255명으로 지난해 추석(1455명)과 올 설(1414명)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기관들의 적극적인 진료 참여, 응급 의료 현장 의사·간호사·직원분들의 헌신과 노력, 더 필요한 분에게 응급실 이용을 양보하는 높은 시민의식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만 본다면 "응급의료 체계엔 문제가 없다. 응급실 대란은 가짜뉴스"라는 정부의 호언장담은 '진짜뉴스'였다.
하지만 안도할 수 없다. 이런 비정상적 시스템이 장시간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른 '응급실 뺑뺑이' 사고는 계속 벌어질 것이고, 안타까운 희생자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번 추석 연휴 응급의료 체계가 별 탈 없이 작동한 것은 정부의 발표처럼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의 헌신과 시민의식 덕이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른 응급실 근무 의료진에게 언제까지 헌신과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까. 중증 환자에게 응급실 이용을 양보한 수준 높은 민도는 인식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위적인 수요 조절의 결과이기도 하다. "연휴 때 아프거나 다쳐도 응급실 못 간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스스로 조심하고 어지간한 질환이나 부상은 참고 견딘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시한폭탄은 여전히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의사단체들의 참여 거부로 아직 출범도 못했고 정부와 의료계 간 인식의 간극도 너무 크다.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 파행은 의사들의 특권의식과 집단이기주의 탓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뜬금없는 의대생 증원 발표가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정부와 의료계, 정치권과 전문가들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한 뒤 비인기 필수의료 분야 지원이나 지역 의료 활성화, 과잉 진료 방지, 건보 재정 문제 해결 등 산적한 의료개혁 현안을 먼저 논의하면서 의대 정원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어야 했는데, 선발표 후논의로 순서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덮어놓고 정원 확대부터 밀어붙이니 의료계의 반발이 뒤따랐다. 한편으론 '의대광풍'을 '의대태풍' 수준으로 키워놓는 또 다른 부작용도 낳았다.
그럼에도 지금은 시시비비만을 따지기엔 너무 한가하다. 의사단체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발로 모두가 머리를 맞대 해법을 마련하는 일에 모든 힘을 기울일 때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는 현시점에서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하지만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충분히 의제로 올릴 만하다.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 모두 한 발씩 양보해 합리적인 타협안을 들고 나오길 바란다.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정치적 셈법과 이기심에 각자의 목소리만 높이는 와중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민들뿐이다.
[이호승 콘텐츠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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